LG그룹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의 ‘동행’이 다시 시작됐다. 2010년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그가 영입했던 맥킨지 출신 인사들이 물갈이되고, 맥킨지와의 관계가 단절된 지 약 10년 만이다. ‘맥킨지의 잘못된 컨설팅 탓에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는 세간의 오해가 풀렸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다시 가까워진 LG와 맥킨지
15일 업계에 따르면 LG경제연구원은 16일 LG포럼에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를 강연자로 초청했다. 강연 주제는 ‘디지털 시대의 애자일 혁신’이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조직을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과 전략을 소개한다. LG포럼은 고(故) 구본무 회장 시절 분기별로 진행하던 임원 세미나를 월례 포럼 형태로 전환한 것이다. 그룹 주요 경영진과 임원들이 참석해 강연을 듣고 심층 토론을 한다.
지난해부터 LG그룹과 맥킨지의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10년 가까이 LG그룹의 주요 프로젝트를 전혀 따지 못했던 맥킨지는 지난해부터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조직문화 개선 작업부터 주요 사업 전략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와 맥킨지가 어떻게 ‘10년의 간극’을 해소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30년 전부터 두 회사 관계는 유독 각별했다. 맥킨지는 서울사무소가 생기기 전인 1987년 일본 도쿄사무소에서 한국 기업 컨설팅을 시작했다. LG그룹은 당시 맥킨지를 통해 글로벌 기업 동향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의 글로벌 기준 등을 습득했다. LG그룹과 관련한 전략 컨설팅을 하면서 맥킨지는 아시아 지역에서 사세를 확장했고, 1991년 서울사무소를 설립했다.
맥킨지와 LG그룹의 가교역할을 했던 인물이 그룹 경영혁신추진본부에서 일했던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이다. 남 전 부회장은 2007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마케팅 주도 회사’를 주창하고, 글로벌 기업과 맥킨지 출신 인사들을 임원으로 영입했다.
스마트폰 둘러싼 ‘오해’ 풀렸나
그리고 2010년대 LG그룹과 맥킨지의 ‘불화설’이 불거졌다. 맥킨지가 LG전자에 “스마트폰은 ‘찻잔 속의 태풍’이며, 피처폰에 집중해야 한다”는 컨설팅을 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하지만 당시 해당 프로젝트에 관여했던 전직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맥킨지가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한 2008년 가을은 이미 스마트폰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글로벌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라며 “맥킨지 컨설팅 내용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다는 전제 아래 ‘어떤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6개 이상의 OS가 난립할 때였는데, LG전자 개발인력은 이들 선택지를 모두 검토하고 있었다. 맥킨지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MS 윈도모바일과 구글 안드로이드에 집중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부회장은 2010년 스마트폰 사업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맥킨지는 LG그룹 내에서 ‘공공의 적’이 됐고, 양사 간 관계는 약 10년간 단절됐다.
지난해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전사 단위에서 사업 구조 재편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다. 내부 인사로는 과감한 혁신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말 홍범식 전 베인앤드컴퍼니 대표를 경영전략팀장(사장)으로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했다. 구 회장은 그룹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의견도 다양하게 듣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 내에서 스마트폰 사태에 책임이 있거나 ‘맥킨지 책임론’을 주장하던 인사들이 대거 물러나면서 맥킨지와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복원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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