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연주되진 않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들을 골랐어요. 네 차례 공연의 프로그램을 직접 짜고 연주 파트너도 선택할 수 있으니 감사한 기회죠. 베를린에서 흡수한 음악적 에너지를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이지윤(28·사진)은 14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주자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의 이지윤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아트홀의 상주음악가 무대는 한 해 4~5회 공연으로 젊은 연주자들의 깊이 있는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2013년부터 시행해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와 양인모,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첼리스트 문태국의 연주를 만났다. 올해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이지윤은 16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5월과 8월, 12월까지 금호아트홀 연세 무대에 선다.
그는 2017년부터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악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어린 동양인 여성’의 악장 발탁은 450년 역사를 지닌 독일 오케스트라로선 ‘파격’이었다. 이지윤은 “안팎에서 변화의 수요가 있었기에 오히려 그런 요소들이 신선함으로 다가갔던 것 같다”며 “이전에 악단이나 조직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어 편견 없이 출발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음악감독은 피아니스트 출신 지휘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이지윤은 바렌보임에 대해 “옳든 틀리든 음악 자체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수많은 경험을 쌓아왔음에도 모든 곡을 항상 처음 대하는 것처럼 연주하는 음악적 자세도 배울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상주음악가 무대에서는 악장으로서 오케스트라를 이끌던 부담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발산해 보여줄 계획이다. 16일 첫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 벤킴과 함께 버르토크의 ‘루마니아 포크 댄스’, 야나체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들려준다. 현대 작곡가 코른골트와 쇼송의 작품도 연주한다. 이지윤은 “흥이 나는 버르토크의 음악은 한 해를 시작하는 무대에 잘 어울릴 것”이라며 “야나체크의 소나타는 다른 비교할 만한 소나타가 없을 정도로 독특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오는 5월엔 첼리스트 막시밀리안 호르눙과 함께 라벨의 소나타와 비트만, 코다이의 듀오 곡을, 8월엔 피아니스트 프랑크 두프리와 아네스쿠의 ‘협주적 즉흥곡’, 애덤스의 ‘로드 무비’를, 12월엔 피아니스트 헨리 크레이머와 버르토크의 랩소디 1번,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이지윤은 “오케스트라에서는 함께 소리를 맞춰 가는 재미가 있고 독주 무대에선 마음껏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며 “두 무대의 시너지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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