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아픈 사람들의 육체는 물론 정신도 치유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9일 ‘제9회 이태석 봉사상’의 영예를 안은 박세업 글로벌케어 북아프리카본부장(59·사진)의 수상 소감이다. 박 본부장은 주로 아프리카에서 15년간 국제보건 전문가로 헌신해왔다. ‘이태석 봉사상’은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마을에서 생명이 다할 때까지 봉사한 부산 출신인 고(故) 이태석 신부를 기리기 위해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가 2012년 제정해 매년 시상해 오고 있다.
부산대 의대를 나온 박 본부장이 전업으로 의료봉사에 뛰어든 계기는 1998년 찾아왔다. 외과의사로 국내 병원에서 일하다 베트남 의료봉사에 참여한 이후 이 길에 몸을 받치겠다는 결심을 했다.
“베트남에서 입천장 갈림증(구개열) 환자들을 보게 됐어요. 국내에선 치료하기가 어렵지 않은데, 돈 없고 의료기술도 없다 보니 병원 문 앞에도 못 가는 환자가 많았습니다. 너무 가슴 아팠죠.”
그는 국내에 다시 돌아와 봉사활동과 관련한 의료기술을 더 익히고 외국어도 연습하면서 본격 준비에 들어갔다. 2005년 그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1997년 한국 의료인들이 중심이 돼 만든 의료봉사기구 글로벌케어 소속으로 몽골, 아제르바이잔을 거쳐 아프가니스탄, 모로코, 모리타니에서 15년째 의료현장을 누비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바그람에서는 한국 의료직업훈련팀의 한국병원장으로 부임해 환자들을 돌봤다. 많은 이에게 최소한의 기초 의료혜택을 주고 법과 사회시스템, 인식을 개선해 치료하고 싶은 마음에 2012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보건석사를 마치기도 했다. 부인 박선영 씨도 의료행정요원으로 함께 활동하며 힘을 보탰다.
박 본부장은 “이 신부와 같은 해에 태어난 의료인으로서 그분이 전생을 쏟았던 아프리카에서 일하고 있다는 데 많은 위로와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장남을 기꺼이 봉사의 길에 내어준 한국에 혼자 계신 아버님, 내조해준 아내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자라준 두 아들, 그리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박 본부장은 근무지인 모로코로 돌아가면서 꼭 한마디 남기고 싶다고 했다. “모로코뿐 아니라 모리타니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보건소를 고쳐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장호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박 본부장은 오랜 기간 많은 사람을 위해 의술로 헌신하고 의료뿐만 아니라 의료행정까지 영역을 넓혀 활동하고 있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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