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3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주택 매매가 증가한 데다 연말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차입도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19년 12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말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한국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포함)은 65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5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증가폭(전월 대비 기준)은 2016년 11월(6조1000억원) 후 최대 규모다.
이상호 한은 금융시장국 과장은 “연말 전세자금 수요가 몰린 데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해 5~9월 월별 4000~7000가구에서 10월 1만2000가구, 11월 1만 가구로 급증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1.85~2.20%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바꿔주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상품의 등장도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배경이다.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서 은행권 서민형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한 ‘대출 갈아타기’ 규모는 지난달 9000억원에 달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지난 한 해 주택담보대출은 전년 말보다 45조7000억원 늘었다. 2016년(55조8000억원) 후 최대 규모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12·16 부동산 종합 대책’을 내놨다. 한은은 이 대책이 지난해 12월 중순 시행된 만큼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일반신용대출 등을 모두 합친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883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7조2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역대 12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4년 후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69조원으로 전달에 비해 6조2000억원 줄었다. 2018년 12월 6조8000억원 줄어든 이후 12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