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부터 서울 반포1단지(3주구) 재건축과 갈현1구역 재개발 등 굵직한 정비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기존 건설회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 시공사를 뽑는 곳과 지난해 불법수주전 이슈로 사업이 지연된 곳 등 10여 곳에 달한다. 건설사들이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만큼 한남3구역 재개발에서 벌어졌던 과열수주전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수주시장의 포문을 여는 곳은 공사비가 1조원에 달하는 알짜 재개발 사업장인 은평구 갈현1구역이다. 9일 입찰을 마감한다. GS건설이 불참의사를 내비치면서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2파전으로 판이 짜였다. 조합 측은 지난해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뒤 다시 뽑는 시공사인 만큼 검증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이 사업장은 지난해 11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입찰에 참여했다가 현대건설이 ‘입찰 무효’ 처리되면서 절차를 새로 밟게 됐다.
한강변 노른자위에 자리잡은 옥수동 한남하이츠(약 790가구·3419억원) 재건축은 오는 18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최종 결정한다. 알짜 사업장인 만큼 현대건설과 GS건설 등 메이저업체 두 곳이 경쟁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지역 중 한 곳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서도 수주전이 재개된다. 가장 주목받는 사업지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2091가구·8087억원)이다. 1월에 현장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이 사업장은 지난달 24일 기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 시공자를 뽑기로 하면서 수주시장에 등장했다. 현대건설, 롯데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림산업, 삼성물산(접수 순) 등 7개 업체가 입찰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반포1단지와 마찬가지로 기존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지난달 결별한 신반포15차 재건축도 1월 시공사 재선정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불법수주전 여파로 재입찰을 하게 된 한남3구역과 서대문구 홍은13구역 재개발, 방배 삼익아파트 재건축 등을 포함하면 조만간 수주전이 이뤄질 사업장은 10여 곳에 달한다.
수주시장은 벌써부터 과열 분위기다. 강남권 알짜단지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반포3주구는 이미 특정 건설사가 외부홍보 요원을 풀어 조합원 개별접촉을 시작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조합은 건설사들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하는 업체는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남하이츠 역시 일부 건설사가 한남3구역에서 제시했다가 문제가 된 분담금 조건을 교묘하게 바꿔 제시했다는 의견이 있다”며 “아직까진 지난해의 여파로 다들 몸을 사리는 분위기지만 수주전이 본격화되면 출혈경쟁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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