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건설된 석탄화력 발전소는 총 60기입니다. 이 중 절반은 충남에 집중돼 있지요. 석탄화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공기업들은 각 발전본부 이름에서 일찌감치 ‘석탄’을 지운 데 이어 최근엔 ‘화력’까지 떼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예컨대 한국남동발전은 삼천포화력발전을 삼천포발전으로, 남부발전은 삼척화력발전을 삼척발전으로, 중부발전은 보령화력발전 대신 보령발전으로 부르는 식입니다. 영월태양광발전, 행원소수력발전 등 다른 연료를 쓰는 발전본부들이 발전원을 명기하는 것과 다릅니다.
미세먼지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게 가장 큰 배경일 겁니다. 정부가 작년 12월부터 오는 3월까지를 ‘상시 상한제약’ 기간으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상한제약은 발전기 출력을 최대 80%로 제한하는 조치입니다. 또 이 기간 중 최대 15기의 노후화된 석탄발전기 가동을 중단시키기로 했습니다.
이런 조치에 따라 석탄이 우리나라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게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석탄발전 비중은 37.7%나 됐지요. 원자력(28.8%), 액화천연가스(LNG·25.3%), 재생에너지(6.7%) 등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올 겨울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 석탄발전 상시 상한제약에 따라 공기업들이 입게 될 손실은 얼마나 될까요. 일부 발전업체의 내부 자료를 통해 조금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A사가 작년 12월 7일부터 3일간 한시적으로 출력을 80%로 제한하자 매출이 약 58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따른 손실(한계이익 감소분)은 15억원 정도로 추산됐지요.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국내 공기업이 5개이고, 4개월 간 수시로 상한제약에 나설 경우 매출 감소 및 손실이 예상보다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석탄화력 발전소 가동을 제한한다고 해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그닥 크지 않다는 겁니다. 정부가 2017년 6월 한 달간 노후 화력발전소 8기를 셧다운한 적이 있는데, 미세먼지는 단 1.1% 줄어드는 데 그쳤지요. 당시 8기 운영을 중단했을 뿐인데도 발전사 매출은 1152억원 감소했습니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크지 않은 상한제약을 겨울 내내 실시하면서, 이걸 빌미로 전기요금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산업부는 작년 미세먼지 대책 관련 보도자료에서 “겨울철 석탄발전 감축 방안을 시행한 뒤 실제로 소요된 비용을 정확히 산정하고, 전기요금 조정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만약 전기요금을 올린다면 이는 탈원전이 아니라 미세먼지 정책 때문이란 얘기를 하고 싶을 겁니다.
한국전력공사를 포함한 전력·발전 공기업들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최악의 재무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6년 12조원이 넘는 이익을 냈던 한전은 2018년에 6년 만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작년에도 1조원 안팎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새해부터 주택용 절전 할인, 전기차 충전용 특례요금 등을 줄줄이 없애거나 축소한 것도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고육지책이죠.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따른 준공 지연, 예방점검 강화로 인한 원전 이용률 하락,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6기 백지화 등 급속한 탈원전 정책이 더욱 아쉬운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원자력 전문가인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경제성이 없어 조기폐쇄한다는 월성 1호기만 다시 돌려도 한전이 연초부터 줄줄이 축소·폐지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모두 커버하고도 남는다”며 “원자력은 미세먼지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며 경제성 역시 모든 발전원 중에서 가장 탁월하다”고 했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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