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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도 못쓴다"…마일리지 카드 인기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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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2년간 사용한 항공 마일리지 적립 신용카드를 해지했다. A씨는 이 카드로 3000만원 정도를 사용해 연간 약 5만 마일을 적립했다. 적립한 마일리지로 휴가 때 항공권을 사거나 비즈니스석으로 좌석을 승급했다. 하지만 최근 대한항공이 항공권 구매에 필요한 마일리지를 대폭 올린다고 발표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A씨는 “차라리 항공권 비교 사이트를 뒤져 해당 신용카드 없이도 싼 항공권을 구입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항공 마일리지 혜택이 큰 카드 발급을 연이어 중단하고 있다.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마일리지 적립 혜택만 보고 다른 수익에는 도움이 안 되는 체리피커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인기 마일리지 카드 단종 줄이어

지난해 단종된 카드 총 136종 가운데 40종이 항공 마일리지 혜택이 있는 카드였다. SC제일은행이 지난달 5일 ‘SC플러스마일 카드’를 단종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 카드는 1000원당 최고 3마일 가까운 높은 적립률로 큰 인기를 끈 카드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다이너스 마일리지’, 우리카드의 ‘우리V 아시아나클럽’, 하나카드의 ‘시그니처 카드’도 모두 단종됐다. NH농협카드는 지난해 마일리지 적립 가능 카드 25종을 단종했다.

은행 및 전업계 카드사들이 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단종하는 것은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카드사는 항공사로부터 마일리지를 사와 카드 소비자에게 지급한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카드사에 항공 마일리지를 1조8000억원어치 판매했다. 소비자가 카드사 부담을 웃돌 만큼 해당 카드를 활용한 구매를 많이 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카드사 관계자는 “2018년 한 해 8개 전업계 카드사 전체의 당기순이익이 1조7400억원에 그쳤다”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갈수록 항공 마일리지를 사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카드출시도 타격

인기 카드는 단종되는 가운데 항공사들은 갈수록 마일리지를 쓰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항공권을 살 때 필요한 마일리지를 최대 45%까지 올리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다른 항공사들도 마일리지를 활용한 좌석 구매가 힘들긴 마찬가지다. 성수기와 인기 노선에서는 마일리지를 활용한 좌석 구매와 승급 혜택을 받기 힘들다는 평가다.

항공 마일리지 혜택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는 대한항공이 현대카드와 제휴해 올 3월부터 직접 운영에 나서는 상업자표시카드(PLCC)를 주목하고 있다. PLCC는 카드사 대신 기업 이름을 내세운 카드다. ‘대한항공 PLCC’는 대한항공과 현대카드가 함께 카드를 팔고 마케팅에 필요한 비용도 같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카드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다른 마일리지 적립 카드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카드 혜택을 줄이라고 압박해 현재 출시된 상품보다 더 좋은 적립률을 제공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항공 마일리지 혜택을 줄이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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