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조카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하고자 했던 A씨는 돌연 '명품 가방 구매'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A씨가 공개한 사연은 이렇다. 최근 새해를 맞아 한 자리에 모인 A씨의 가족들. 이날 주된 대화 내용은 조카의 초등학교 입학이었다. 어느덧 훌쩍 자란 아이를 보며 기특한 마음이 든 가족들은 필요한 것들을 몇 가지 사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자 A씨의 새언니는 "다른 필요한 것들은 알아서 준비할 테니 참관수업 갈 때 들고 갈 명품 가방을 하나 사 달라"고 요구했다. A씨와 가족들은 어리둥절했다. 명품백이 필요하면 그냥 본인이 사거나 가지고 있는 것을 들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결혼 당시 줬던 예물과 둘째 조카를 낳았을 때 선물로 줬던 것 역시 전부 명품 가방이었다.
새언니는 반드시 '새 것'을 들어야 한다면서 옷이나 구두는 알아서 준비할 테니 가방만 사달라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참관수업을 위해 준비한 티가 나야한다는 게 이유였다. 오빠까지 나서 "아이가 따돌림 당하거나 선생님이 신경을 안 써주면 어떡하냐"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아이 기 죽으면 안 된다"라고 밀어 붙이는 탓에 결국 부모님은 명품 가방을 사주겠다고 했다. 본인들 사는 곳도, 부모님이 사는 곳도 아닌 서울까지 올라가서 가방을 사겠다는 새언니의 말에 A씨는 덜컥 겁이 났다. 얼마나 비싼 물건을 고를지 벌써부터 걱정스러웠고, 결국에는 사주겠다고 말한 부모님도 답답하기만 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교사가 학부모가 무슨 가방 들었는지 볼 정신도 없다", "교사 때문이 아니라 학부모들 사이에서 말 나오니까 그런 거 아냐?", "애 핑계로 명품 가방 얻으려는 심산", "이런 걸로 아이들이 정말 왕따를 당하나", "요즘은 어린이집 행사에서도 명품가방은 기본이더라", "우리 애 참관수업에는 저렇게 꾸미고 온 엄마들 없었는데", "저건 오히려 티 내려는 거 아닌가", "아무도 신경 안 쓴다", "손주 가방도 아니고 며느리 명품 가방을 뭐하러 사주나"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명품 시장은 연령 구분 없이 전반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까지도 명품에 대한 관심도와 소비가 높아지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명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청년층도 증가하고 있다.
구인·구직 포털이 회원 2097명을 대상으로 '20대 명품 소비 행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5.8%가 명품소비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명품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50.5%로 절반을 넘어섰다. 명품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액수는 150만원 이상(18.4%)이라고 말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으며, 20대 5명 중 2명(40%)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명품을 구매하고 싶어 했다.
가방은 꾸준한 인기 품목이다. 응답자들은 가장 선호하는 품목으로 가방(26.1%)을 꼽았다. 실로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명품 가방 시장 규모는 3조2325억 원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명품에 대한 평소 생각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문제 없다면 많이 사고 싶다(41.9%)'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나를 고급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19.5%)', '관심없다(14.1%)', '명품 소비는 불필요한 과소비를 조장한다(11.2%)', '명품도 하나의 재테크다(10.8%)', '명품 하나 갖고 있지 않으면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2.5%)' 순이었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