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선거사범 267명 등 총 5174명에 대한 ‘2020년 새해 특별 사면·복권’ 조치를 단행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공무담임권에 제약을 받아온 정치인이 대거 포함됐다. 한상균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 노동계 인사도 복권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지지층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선거사범 대거 복권
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 이뤄진 이번 사면·복권으로 이 전 지사는 내년 4월 총선부터 출마가 가능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는 대가성이 없어 뇌물죄 성립이 안 되기 때문에 ‘5대 중대 부패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뇌물, 알선 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범죄는 사면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공약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러나 청와대가 2017년 사면을 발표할 당시 이 전 지사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이어서 배제했다”고 밝힌 점을 들어 사면 기준의 일관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이 전 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여원의 유죄 판결을 2011년 확정받았다.
여권에서는 출마가 가능해진 이 전 지사가 내년 총선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지사의 한 측근 의원은 “내년 총선을 고려해 사면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강원 지역 총선 구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전 지사는 이날 “정치 활동 재개는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노동·시민단체 요구도 반영
노동계 인사로는 한 전 위원장이 복권됐다. 한 전 위원장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집회 등에서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한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사면 대상에 거론돼 왔다가 이번에 결국 사면받았다. 한 전 위원장의 특별사면은 노동 현안을 두고 노동계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정부가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특사 대상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등 267명의 선거사범도 포함됐다. 곽 전 교육감 사면은 시민단체 표심을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최근 부동산 정책을 문제삼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가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다.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18명도 추가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관련 사범 8명, 제주 해군기지 건설 관련 사범 2명, 세월호 집회 관련 사범 1명,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사범 7명 등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면·복권은 국민 통합을 지향했다”며 “정치인 사면·복권은 지난 선거에서 두 차례 이상 불이익을 받은 사범을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보수 야권 “내 편 챙기기 사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은 “총선용 ‘내 편 챙기기’ 사면”이라고 비판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선거사범, 불법·폭력시위를 일삼은 정치시위꾼까지 사면 대상에 포함해놓고 국민 화합이라고 한다”며 “‘촛불 청구서’ 결제가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신업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내년 총선을 앞둔 자기 식구 챙기기”라며 “일반 형사사범과 야당 인사가 포함됐다고는 하나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김익환 새로운보수당 대변인은 “전형적인 민주노총 눈치 보기”라며 “대국민 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일성은 공허한 구호가 됐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부분은 민생 관련 사범”이라며 “국민 통합 차원에서 복권이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및 생계형 어업 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171만2422명에 대한 특별감면조치도 함께 시행했다. 경제인은 이번에도 제외되면서 세 차례 연속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김형호/고은이/이인혁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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