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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정치부 기자) 경찰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모욕적 발언을 한 혐의로 고발당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습니다. 경찰은 "집단에 대한 의사표시는 명예훼손으로 처벌되지 않는다"며 "국회의원이 공청회에서 직무상 한 발언은 면책특권이 적용된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들 의원은 지난 2월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열고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자들을 명예훼손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종명 의원은 "5·18 사태가 발생했을 땐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흘러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했습니다. 김순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행사를 주최했지만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영상 축사에서 "5·18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되는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5·18 민주유공자인 설훈·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들을 고소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김진태 의원에게는 경고, 김순례 의원에게는 3개월의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종명 의원은 제명 결정을 받았습니다.
경찰이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에 대해 면책특권을 적용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이들 발언은 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한 막말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는 진영 논리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관련해서 지만원 씨가 5·18 민주화 운동을 "김대중이 일으킨 내란사건"이라며 왜곡·비방한 글을 게재한 혐의로 기소됐을 때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5·18 민주화운동은 이미 그 법적·역사적 평가가 확립된 상태여서 지 씨가 올린 게시물을 통해 5·18 민주유공자나 참가자들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지 씨의 주장이 사실이어서 무죄라는 게 아니라 지 씨 주장으로 명예가 훼손되지 않을 만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확고하다는 뜻이었습니다.
국회에서 막말은 일상화돼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정당 대표 앞으로 ‘정치인의 혐오 표현 예방·대응 의견 표명’이란 결정문을 보낼 정도입니다. 인권위는 "위원회에 제기된 진정사건이나 언론 보도 등에서 드러난 정치인의 혐오 표현을 분석해볼 때 그 주된 대상은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와 난민, 장애인 등으로 확인된다"며 "혐오 표현 자정과 예방의 의지를 천명하는 입장 표명이나 선언을 추진하라"고 국회에 요구했습니다.
인권위가 꼽은 정치인의 혐오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치권에 보면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이해찬 민주당 대표)
"여성은 매일 씻고 다듬고 피트니스도 해서 자신을 다듬어줘야 한다."(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얼마 전에는 정의당이 공식 트위터에 "한미 방위비분담금 5차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한 내용은 오만함과 무도함 그 자체"라며 "한국은 미국의 패권을 위해 돈 대주고 몸 대주는 속국이 아니다"라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막말 등 차별적 언행을 일삼은 인사에 대해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혐오와 증오의 막말을 주고 받는 대신 협의와 양보의 토론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끝)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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