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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앞둔 뱅커들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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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13:32)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다가왔습니다. 국내에선 국회의원 총선거, 해외에선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예정돼 있죠. 투자은행(IB)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정치 이벤트는 금융시장에도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비단 정치 이벤트 뿐만이 아닙니다. 사실 새해를 맞이하는 IB들의 셈법은 여느 때보다 분주합니다. 내년 IB업계 경쟁이 예년에 비해 거세질 수 있거든요. 구색 맞추기 식으로 IB 업무를 하던 증권회사들조차 '진짜 돈 되는 건 IB'라는 인식이 강해졌습니다.

연말 증권회사들의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뜯어보면 IB 부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걸 금방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기업금융이나 국내외 대체투자 등 IB 부문에서 승진자가 대거 나왔고요. 조직 개편도 IB 부문을 확대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답니다.

특히 대형 증권회사들의 '덩치 싸움'에 밀릴 수밖에 없는 중소형 증권회사들이 공격적으로 IB 부문을 강화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모습입니다. 유안타증권, 한양증권, 하이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이 대표적이죠. 모바일 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투자 서비스와 인프라, 마케팅 역량이 상대적으로 좋은 대형 증권회사에 비해 중소형 증권회사의 경쟁력이 뒤처지는 상황을 반영한 겁니다.

최근 증권회사들의 신용등급 변동 추이만 봐도 IB 부문의 중요성이 잘 드러납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교보증권과 현대차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꿨습니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죠. 한국기업평가도 유안타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꿔 달았고요. 나이스신용평가는 DB금융투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부여했습니다.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연이어 중소형 증권회사의 신용등급을 올릴 채비를 하면서 공통적으로 내놓은 설명이 바로 IB 부문 강화랍니다. IB 부문에서 선방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렇게 IB 부문의 중요성이 높아지니 뱅커들의 사기도 올라갈 듯 하지만 꼭 그렇지 만도 않습니다. 올해 실적이 좋으면 내년도 성과 달성 목표치가 그만큼 더 높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업계 경쟁이 거세지는 데 달성해야 할 목표 기준치마저 올라가는 셈이죠.

세부적으로 업무를 나눠보면 온도 차가 더 큽니다. 기업공개(IPO) 업무 등을 주도하는 주식자본시장(ECM) 담당자들은 그나마 낫습니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줄줄이 IPO를 준비 중이라 내년 IPO 공모 시장 전망이 나쁘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사채 발행 등을 맡고 있는 채권발행시장(DCM) 담당자들은 마음이 더 무겁습니다. 올해 회사채 순발행이 역대 최대 규모로 많았던 만큼 내년엔 기저효과로 발행이 줄 것으로 보이거든요. 내년에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데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하향 추세이고요. 내년 이맘때쯤 뱅커들이 어떻게 울고 웃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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