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우즈’. 타이거 우즈(44·미국)의 부활 드라마가 골프판을 뒤흔들었다. ‘악동’ 세르히오 가르시아(39·스페인), 패트릭 리드(29·미국)는 감칠맛 나는 악역으로 극적 효과를 더했다. ‘개성파 스윙어’ 최호성(46)과 매슈 울프(20·미국)는 갤러리의 눈 호강을 책임 진 ‘신 스틸러’가 됐다. 로리 매킬로이(30·북아일랜드), 김세영(26)은 상금 잭팟을 터뜨리며 골퍼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 어느 해보다 유난했던 ‘스토리 천국’ 2019년 골프계 얘기다.
기적의 우즈…그대 있으매
우즈로 시작해 우즈로 끝난 해였다. 4월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서 15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건 2008년 이후 11년 만이었다. 그가 출전한 대회는 그렇지 않았던 해보다 두 배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섹스 스캔들’ 때도 의리를 지킨 나이키는 올해만 2254만달러(약 261억5000만원)의 브랜드 노출 효과를 얻었다.
10월에는 일본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조조챔피언십에서 82승째를 거두며 쐐기를 박았다. 이달 초 끝난 프레지던츠컵에선 ‘플레잉 코치’로 3전 전승을 거두고 팀의 짜릿한 역전승까지 이끌었다. 우즈는 새 목표를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로 잡았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는 게 골프계의 속내다.
부럽다, ‘잭팟 남녀’
상금만 보면 ‘실속파’ 주인공은 매킬로이와 김세영이다. 매킬로이는 8월 투어챔피언십에서 18언더파로 우승해 우승 보너스 1500만달러를 손에 넣었다. 시즌 상금 778만5286달러와 정규 시즌 페덱스컵 순위 2위 자격으로 받은 윈덤 리워드 보너스 150만달러를 더하면 상금으로만 2428만5286달러를 벌었다. PGA투어 사상 시즌 최다 수입. 우리 돈으로 282억원에 가깝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1부, 2부, 시니어투어 총상금(271억원)을 뛰어넘는다.
김세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종전 CME그룹투어챔피언십 우승으로만 150만달러를 벌었다. 150만달러는 토토재팬클래식 총상금과 같다. 시즌 상금이 275만3099달러로 폭등하며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4승을 거둔 고진영(277만3894달러·23)까지 따라잡을 뻔했다. 고진영은 “세영 언니가 우승한 덕분에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상금왕을 탈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150만달러 잭팟으로 고진영, 김세영 둘 다 웃었다.
스윙 개성시대 활짝
조연들의 맹활약은 주연 우즈 못지않았다. ‘낚시꾼 스윙’으로 골프 팬들을 홀린 최호성과 ‘꽈배기 스윙’ 울프가 만났을 때다. 둘은 지난 7월 PGA투어 존디어클래식에서 함께했다. 갤러리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빛났다. 우즈는 최호성의 스윙에 대해 “보기만 해도 허리가 아픈 스윙”이라며 웃었다. 여기에 온 몸을 꼬아 스윙 루틴을 하는 울프와의 만남에 세계 골프팬들은 열광했다.
둘은 성적으로 자신들의 스윙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최호성은 지난달 10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헤이와PGM챔피언십에서 투어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울프는 7월 PGA투어 3M오픈에서 우승했고 2019~2020시즌 참가한 4개 대회에서 모두 커트 통과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바보야, 골프는 매너야”
‘악역’이 있어 보는 재미가 더했다. 로이터통신이 올해의 10대 골프 뉴스에 올려 놓은 가르시아가 그중 하나다. 사우디아라비아 골프대회에서 고의로 최소 5개 그린을 손상시켰다가 대회에서 실격당했다. 반성하겠다며 내년 대회에는 초청료를 받지 않고 출전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뉴스였다. 히어로월드챌린지에서 ‘라이 개선’을 했다가 벌타를 받은 리드는 가르시아 바로 뒤에 4위로 이름을 올렸다. 벙커에서 모래를 두 차례 걷어내는 행동을 했다가 카메라에 잡힌 그는 “카메라 앵글을 달리하면 라이 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내에서도 대형 사고가 터졌다.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김비오(29)다. 그는 DGB볼빅대구경북오픈 최종 라운드 16번홀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를 내는 갤러리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내밀었고 국내 골프계는 벌집이 됐다. KPGA상벌위원회는 자격정지 3년 징계를 했다가 기간을 1년으로 줄였다. ‘오죽했으면’이라는 동정론도 만만치 않았다. 김비오는 “이유를 불문하고 제 잘못”이라고 재차 사과했다. 해외투어 진출을 준비 중인 그는 새해 봉사활동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겠다고 했다.
종횡무진 ‘밀레니얼 키즈’
그 어느 때보다 ‘대형 신인’이 많았던 한 해였다. 특히 KLPGA투어에선 신인상을 차지한 조아연과 3승을 거둔 임희정(이상 19) 두 ‘밀레니얼 듀오’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2000년생인 이 둘이 합작한 승수만 5승. 여기에 2001년생 유해란의 우승 등을 더하면 올해 KLPGA 신인들은 8승을 합작했다. 이는 국내 여자투어에서 한 해 신인들이 거둔 최다승이다.
PGA투어에서도 신인의 활약은 빛났다. 주인공은 임성재(21). 임성재는 캐머린 챔프(24)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2018~2019시즌 PGA투어 신인상을 받았다. 아시아 선수가 PGA투어 신인상을 받은 건 최초. 그는 우승이 없었지만 35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일곱 번 들며 동료들에게 꾸준함을 인정받았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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