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세보다 2억~3억원 하락한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지 2주를 맞으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대출 중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합헌 결정까지 '부동산가격 낮추기'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시행된 것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대출 규제가 없는 서울 비강남권과 수도권 9억원 이하 아파트의 가격은 오름세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2·16대책 2주가 지나면서 전셋값이 낮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서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49㎡는 지난 주말 19억7000만∼19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12·16대책 이전만 해도 1층 시세가 21억8000만원이던 것에 비하면 2억원 이상 떨어진 금액이다. 대책 발표 직전 최고 23억5000만원을 호가하던 로열층 가격도 현재 20억원으로 3억원 이상 내려왔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이어 지난 16일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대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매수세가 위축된 영향이다. 지난 27일 발표된 재초환 합헌 결정도 악재로 작용했다.
네이버상에는 인근 중개업소들이 지난 28일 하루 동안 올린 확인 매물만 26건(중복 매물 제외)에 달한다. 일부는 주말에 신규로 나왔고, 일부는 기존 매물을 가격 조정 후 다시 올려놓은 것이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직전까지 하루 1건 이상 팔리던 매물이 대책 발표 이후에는 뚝 끊긴 상태"라며 "다른 주택형에 비해 투자수요가 많이 몰린 전용 76.49㎡를 중심으로 매물이 크게 늘었고, 가격 하락폭도 크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건축허가 단계까지 온 잠실 주공5단지는 현재 전용 76㎡의 전셋값이 3억∼3억5000만원 선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15% 선에 불과하다. 종전에는 집값의 최대 40%까지 대출이 가능해 전세를 끼고도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12·16대책 이후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이 전면 중단되면서 갭투자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재건축 대상이면서 잠실 주공5단지와 시세도 비슷한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일부 급매물이 등장했다. 그러나 은마는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높아 잠실 주공5단지에 비해 충격은 덜한 편이다.
이 아파트 전용 76.79㎡는 대책 발표 직전 20억5000만∼21억원을 호가했는데 현재 이달 말 잔금 조건으로 최대 1억원가량 낮춘 19억8000만∼19억9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왔다.
내년까지 2년 거주요건을 못 채우는 사람들이 80%의 장기보유 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시세보다 싸게 내놓은 것들이다. 이번 12·16대책으로 2021년부터는 거주기간에 따라 장특공제 혜택이 차등 적용됨에 따라 장기 거주가 어려운 사람들이 서둘러 내놓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자신의 집을 빨리,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전셋값을 더 올리려는 집주인들도 나타나고 있다. 대출이 막히면서 전세금이 많아야 갭투자자들의 현금 조달 비용이 줄어 집을 수월하게 팔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반드시 투자수요가 아니더라도 살던 집이 정리되지 않아 당장 이사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는데 대출이 전면 중단되고부터는 매수자들도 초기 자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셋값이 높은 것을 선호한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에 이어 재초환 합헌 결정까지 내려지면서 실망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당초 2017년 말 가까스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재초환을 피해갈 것으로 예상됐던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1·2·4주구는 현재 재건축 관리처분인가 총회 무효 소송 결과에 따라 재초환 적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일부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9억원 이하 아파트에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일산요진와이시티 전용 59.89㎡의 경우 12·16대책 직전에 5억3000만원에 팔렸던 것이 지난 21일에는 이보다 비싼 5억4500만원, 5억9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달 초 7억1000만원에 팔렸던 아파트 전용 84.3㎡도 지난 21일 이보다 1500만원 오른 7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9억원 이하 집주인이 내놓은 매물의 절반 정도가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 청구e편한세상 전용 84.95㎡도 지난달 초 11억8000만원에 팔렸으나 이달 23일에는 이보다 5000만원 뛴 1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3단지 전용 59.981㎡도 대책 이후 최근 8억3000만원에 팔렸다. 지난달 말 8억2000만원에 팔린 최고가를 다시 경신한 것이다.
남가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집을 사야 하는 사람은 높은 금액에도 매수한다"며 "다만 대책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종전보다 많이 줄었고, 거래량도 감소해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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