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파트가 각광받고 있다. 같은 면적이라도 수납이나 공간활용이 다양한 아파트를 선호한다. 기존 옷장을 대신해 공간을 넓힐 수 있었던 붙박이장에서 이제는 드레스룸으로 진화한 게 대표적이다. 건설사들도 팬트리, 현관 창고 등을 비롯해 집안 곳곳에 틈새 공간을 늘리고 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설계를 반영하면서 수요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분양시장에서도 수납이나 공간을 특화한 아파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29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서울 서대문구 홍은1구역 재건축으로 공급하는 ‘e편한세상 홍제 가든플라츠’ 1순위 청약에서 20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1985명이 신청해 평균 59.9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중 최고경쟁률은 전용 84㎡형으로 46가구 모집에 4958명이 몰려 107.78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가구 취향대로 배치하게 설계
청약에 앞서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서도 전용 84㎡는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안방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평면이었다. 보통 안방에는 발코니 공간이 배치됐지만, 이 아파트의 경우 안방에 발코니 공간을 없앴다. 방의 크기를 넓혀 큰 침대도 들어갈 정도다. 또 거주자의 취향에 맞게 가구를 배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창을 높게 달아 침대 배치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고, 방의 3면 벽에 TV 단자가 모두 설치돼 어디에든 놓을 수 있다. 안방에 포함된 파우더룸은 자리를 차지하는 좌식이 아닌 입식으로 구성했다. 그만큼 수납공간이 넓어져 화장품 외에 옷을 보관하기 좋도록 꾸몄다. 방문객들 또한 이러한 점을 유심히 살폈다. 한 관람객은 “아이들이 어려서 안방에서 네 식구가 같이 자는데 넓게 쓸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 4단지를 재건축하는 ‘개포프레지던스자이’에도 수납과 공간을 강화한 설계가 나왔다. GS건설이 짓는 이 아파트의 전용 84㎡A형에는 코트룸과 대형 드레스룸이 있다. 코트룸은 현관과 가깝게 배치된 수납공간으로 의류관리기나 자주 입는 겉옷을 보관할 수 있다. 안방에 자리잡은 드레스룸은 발코니 확장으로 면적을 넓혔고 창도 달았다. 옷은 물론 이불이나 대형 용품도 보관이 가능하고 환기와 통풍도 된다. 소형인 전용 59㎡A형은 안방에 발코니 없이 설계했다. 거주자의 취향과 상황에 맞게 가구 배치가 가능하다.
이상국 GS건설 분양소장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아파트는 수납공간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 아파트는 천장고를 높이고 수납이 다양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3375가구로 짓는 개포프레지던스자이는 전용면적 39~114m㎡ 255가구를 일반에 공급한다. 개포지구 내 최대 규모의 단일 아파트 브랜드 단지다.
코트룸, 현관창고 등 도입
지방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들도 수납공간을 특화한 사례가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SK건설은 광주 동구 계림2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을 통해 선보이는 ‘광주 계림 아이파크 SK뷰’에 수납기능을 강화했다. 현관에 창고가 있고 주방 팬트리와 워크인 드레스룸도 있다. 총 1715가구 중 1101가구를 일반분양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내년 1월 충남 당진시 읍내동 일대에 공급하는 ‘당진 아이파크’(426가구)는 최상층이 복층으로 설계됐다. 알파룸, 드레스룸, 파우더룸, 주방 팬트리 등 세대별로 다양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포스코건설은 부산 동래구 온천시장정비사업을 통해 분양하는 ‘더샵 온천헤리티지’ 전 세대에 주방 장식장을 제공한다. 일부 가구에는 접이식 2단 선반과 손빨래용 세탁볼이 제공되는 다용도실이 설치된다. 오는 31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내달 2일 1순위, 3일 2순위 청약 신청을 받는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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