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잡았다. 지난해 7월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예상했던 성장률(2.6%)에서 내려 잡은 것이다. 지난해 성장률은 2.0%로 추정했다. 정부 예상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2017년 3.1%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무르게 된다.
민간 전망은 더욱 어둡다. 올해 경기가 작년보다 소폭 회복되더라도 여전히 침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경기가 상반기에 일시 회복됐다가 다시 장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더블딥(double dip)’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대선의 향방, 중국 경기 침체 등 대외 경제 여건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서다.
○올해 우리 경제 녹록지 않다한국은행이 지난해 9월 추정한 2019~202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연간 2.7~2.8%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투입해 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룰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정부 예측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올해도 작년처럼 침체된 투자와 소비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건설투자가 올해도 2.4% 감소하면서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는 5.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감소폭(-7.7%)을 만회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도 2.1%로 작년(1.9%)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성장률을 정부보다 더 암울하게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42개 투자은행(IB)과 신용평가사로부터 집계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은 2.2%다. IHS마킷이코노믹스(1.7%),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1.8%), 소시에테제네랄(1.9%), UBS(1.9%) 등은 올해 성장률이 2%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에서도 LG경제연구원(1.8%) 한국경제연구원(1.9%) 등이 2% 미만의 성장률 전망을 내놨다.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것은 우선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올해 세계 경제의 키워드는 ‘정책 불확실성의 지속’”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진정 국면으로 돌아설지를 판단하기 어렵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홍콩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주요국 정책 방향을 전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생산가능인구가 20만 명 넘게 감소하는 등 인구 구조가 급격하게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 노력이 경기 회복 열쇠”정부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3.0% 증가할 것으로 봤다. 경상수지 흑자폭은 지난해 580억달러에서 올해 595억달러로 15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이 급감(-10.6%)한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기가 반등하려면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는 등 대외 여건이 받쳐줘야 한다. 일단 수출이 회복되면 투자와 소비가 함께 살아나면서 한국 경제가 반등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해 12월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대외 여건이 개선되고 정책적 노력이 받쳐주면 2.4% 성장률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경기 반등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 활성화에 매진할 계획이다. 민간(25조원), 민자사업(15조원), 공공기관(60조원)을 합쳐 100조원대 투자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80조원)보다 25% 늘어난 규모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