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선물'을 예고한 북한은 정작 도발 없었지만, 잘못된 경보와 오보로 한반도와 주변의 긴장이 고조됐다. 이러한 가운데 "이러다 진짜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까지 나왔다.
지난 26일 밤 동두천 미군기지인 캠프 케이시에서 '공습 경보' 비상 사이렌이 실수로 잘못 울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CNN 등은 27일(현지시간) "북한 접경과 가장 가까운 캠프 케이시에서 실수로 취침 나팔대신 비상경보 사이렌이 잘못 울렸다"며 "북한이 반갑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협하는 와중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나 기지가 잠시동안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3일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말하며 압박 수위를 고조시켰다. 이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중대 도발에 대한 우려가 컸던 터였다.
WP는 이 실수로 기지에 있던 군인들이 당황했으며, 몇몇 군인들은 오경보임이 확인되기 전까지 군복 차림으로 달려 나왔다고 보도했다. 제2보병사단 대변인인 마틴 크라이튼 중령은 "오후 10시쯤 평소와 마찬가지로 취침 나팔이 울려 퍼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인적 오류(human error)로 비상경보 사이렌이 울렸다"고 말했다.
캠프 케이시는 비무장지대(DMZ)에서 가장 가까운 미군 부대로, 북한의 공격이 있을 경우 미사일 타격의 주 타깃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이번에 잘못 울린 사이렌은 공습경보 사이렌이다. 통상 군인들에게 경계 태세를 갖출 것을 경고하는 역할을 한다.
공습경보 오작동 해프닝이 일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 일본 공영방송 NHK는 "북한의 미사일이 동쪽 해상으로 떨어졌다"는 거짓보도를 해 논란이 일었다.
NHK는 27일 오전 0시22분께 북한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가 홋카이도(北海道) 에리모미사키(襟裳岬) 동쪽 해상 2000㎞ 부근에 낙하했다는 내용의 속보를 내보냈다. 이후 일본의 주요 일간지들도 앞다퉈 NHK의 속보를 인용 보도했다.
이후 NHK는 23분 뒤 이 보도 내용이 잘못됐다고 정정하는 속보를 또다시 냈다. NHK는 방송에서도 "(미리 준비해놓은) 훈련용 문장이며 사실과 다르다"며 "대단히 실례했다"고 사과했다. NHK 보도국은 오보가 나간 원인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HK는 지난해 1월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대피경보가 내려졌다는 속보를 내보냈다가 몇 분 만에 정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해프닝이라고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오경고와 오보가 한반도를 전쟁으로 이끌 수 있다는 분석하고 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위터에서 "이런 특별한 순간에는 거짓 경보음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를 치다가 자신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이 경보를 보고 있는데, 그의 주변에 이 보도 내용을 잘못됐다고 정정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상상해 보라"고 언급했다.
'노스코리아테크'를 운영하는 북한 전문가 마틴 윌리엄스는 트위터에서 "NHK는 일본 내에서 아주 신뢰받는 매체이기에 이번 오보는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미국 군사 전문 일간지도 "북한의 성탄 선물 예고 속에 일본과 한국에서 몇 시간 간격으로 오경보가 울렸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비하고 있던 미군 부대와 일본 방송사는 북한의 공격 가능성에 관해 잘못된 경고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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