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주도로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총선부터 만 18세도 투표권을 갖는다. 2020년 4월 15일 총선일을 기준으로 생일이 지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투표권을 갖게 되는 셈이어서 총선의 당락을 가를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에는 현행 만 19세 이상에게 보장된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을 만 18세에게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선거운동 가능 나이도 기존 만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총선부터는 50만 명 이상이 새로 선거권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는 선거 시점을 기준으로 고등학교 재학생도 일부 포함될 전망이다. 새로운 선거법에 따라 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자는 내년 총선 투표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은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선진국 사례에 비춰 볼 때 한국도 투표 가능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펼쳐 왔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박주민 의원은 “선거연령 인하는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헌법 전문에 있는 역사적 사건은 3·1 운동과 4·19 혁명인데, 두 사건 모두 당시 중·고등학생의 정치적 참여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청소년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선거연령 인하를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반면 보수진영은 ‘교실 정치화’ 등을 우려해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고 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념적이고 편향적인 교과서로 학생들을 오염시키면서, 게다가 선거 가능 나이를 만 18세로 낮추면 고등학교는 완전히 정치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연령이 낮아져 투표권이 확대되면 진보진영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투표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진보진영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교육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선 학교에선 “당장 내년 1학기엔 고3 교실에서 정치 활동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교육부의 관련 지침은커녕 지도 방향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막막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회가 선거 유불리만을 따져 선거법을 강행 처리하려 한다”며 “교실 정치장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교총 관계자는 “선거연령이 낮춰지면서 학교가 ‘정치 논쟁의 장’이 되고, 최악의 경우 고3 학생들이 선거사범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때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한국당 반발에도 불구하고 관련 내용을 수정안에 포함했다. 당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심 대표는 “만약 선거법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추진한다면 선거연령 인하 방안을 포함해 어렵지 않게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고 결국 제1 야당과의 논의 없이 현실화됐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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