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일본 자회사 라인을 앞세워 일본에서 원격의료 사업을 시작했다. 원격의료를 엄격히 금지하는 한국에서 사업하기 어렵자 일본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2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라인의 의료 전문 자회사인 라인헬스케어는 지난 19일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환자가 비용을 내고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는 지난 1월 원격의료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소니 계열의 의료플랫폼업체 M3와 합작법인인 라인헬스케어를 설립했다. 라인헬스케어는 처방약 택배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한국에선 라인헬스케어의 서비스가 불법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 서비스는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수년째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다. 규제가 혁신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사업모델을 한국으로 가지고 오면 70%가 ‘불법’ 판정을 받을 만큼 규제가 심하다. 명확한 법령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규정이 없거나 모호한 게 허다하다. 사업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담당 정부 부처의 해석이나 지침에 따라 기업 운명이 바뀐다.
택시업계와 정면으로 충돌한 뒤 사업 중단 위기에 놓인 ‘타다’가 이런 사례다. 타다에 일시적으로 규제를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 숨통을 틔워주자는 스타트업 관련단체들의 우회로(路) 제안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귀를 막았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규제 때문에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하다”며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게 무섭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日은 폰으로 의사와 상담·藥 조언까지 받는데…한국선 모두 불법네이버가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현장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한국 내 원격의료 규제가 네이버를 일본으로 내몰았다. 한국에선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하는 것도 어렵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앞다투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의사와 실시간 의료 상담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을 기반으로 원격의료 사업에 나섰다. 라인의 의료 전문 자회사 라인헬스케어가 지난 19일 ‘라인 건강관리’라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환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내과·소아과·산부인과·정형외과·피부과 의사와 상담할 수 있다. 상담 과목은 확대될 예정이다.
관련 서비스는 두 종류다. 이용자의 문의에 의료진이 실시간 답해주는 ‘지금 바로 상담’과 일정 시간 안에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나중에 답변’ 서비스다. ‘지금 바로 상담’ 이용료는 30분당 2000엔(약 2만원)이다. ‘나중에 답변’은 이용자의 질문에 48시간 안에 답변하는 서비스다. 이용료는 1000자당 1000엔(약 1만원)이다.
라인헬스케어 측은 “일본 내 지방 의사 부족, 고령화에 따른 환자 수 증가, 병원 대기시간 증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라인헬스케어는 소니의 의료 전문 플랫폼 업체 M3와 합작해 도쿄에 설립한 회사다. 라인과 M3가 각각 51%, 49% 출자했다. 소니는 M3의 최대주주로 지분 33.9%를 보유하고 있다. M3는 일본 의사 80% 이상이 매일 방문하는 의료 종사자 전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 장비 분야의 세계 1위 미국 일루미나와 설립한 인간 유전자 분석 업체 P5도 운영 중이다.
라인 측은 “월간 이용자 수(MAU)가 8200만 명인 라인 메신저와 M3가 보유한 의사 28만 명, 16만 명 이상의 약사 회원을 바탕으로 온라인 진료, 처방약 택배 등으로 의료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격의료로 장애인·노인 혜택라인헬스케어의 서비스는 한국에선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간호사 또는 의사가 환자 옆에 붙어 다른 의사와 원격진료하는 방식을 빼고는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꼽은 한국 내 의료규제 1위(44%)가 ‘원격의료 금지’였다. 한국에서는 의약품 택배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뿐만 아니라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안약 등 일반의약품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2015년 원격의료를 전면 시행했다. 지난해부터는 건강보험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원격조제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만성질환으로 병원을 찾아 5000엔(약 5만원)을 진료비(2개월치)로 내던 환자가 원격의료를 이용하면 3000엔(약 3만원)으로 저렴해진다.
국내 의료 스타트업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노인에게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스마트폰 등 온라인을 이용한 약사의 복약 지도도 허용했다.
한국은 의료데이터 사업도 부진한국에선 네이버와 카카오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의료 데이터 분석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대웅제약과 헬스케어 합작법인인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했다. 이 법인은 네이버의 AI 기술로 각종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진단·치료·예방 서비스 등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카카오는 서울아산병원과 AI 기반의 의료 빅데이터 업체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세웠다.
그러나 모두 ‘개점 휴업’ 상태다.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관련 법령상 의료 데이터 분석에 필수적인 개인정보 활용 제한이 크다. 의료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 절차, 비식별 정보의 범위 등 아직 풀어야 할 규제가 많다.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헬스케어업계 관계자는 “일부 시민단체의 규제 완화 반대 목소리도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송형석/김주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