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서 자유무역 확대를 한목소리로 외쳤지만 한·중과 일본 간 온도 차가 뚜렷했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가 자유무역 수호를 강력히 천명한 반면 아베 총리는 원론적 수준에 그쳐 대조를 보였다.
3국 정상은 이날 ‘삼국지’를 소재로 연설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일을 이어주는 수많은 연결고리 가운데 삼국지만 한 것이 없다”며 “대의명분을 중요하게 여긴 유비와 제갈량의 충의는 동양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중·일이 상생의 힘으로 글로벌 저성장과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함께 넘자”며 자유무역질서 강화를 포함한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3국의 공통 속담인 ‘먼 친척보다 이웃이 낫다’를 인용, “세계에서 우리만큼 오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가까운 이웃이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적으로도 우리는 운명공동체”라며 “각자의 기술과 장점을 바탕으로 세 나라의 경제는 가치사슬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삼국지연의’에서 나오는 싸움의 방법이 아니라 지혜와 신의를 함께 공유하자”며 “이번 정상회의는 새로운 봄을 열리게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 총리는 “자유무역 수호는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할 수 있다”며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구축에 3국이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도 삼국지를 소재로 연설을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한·중·일 3국 정상은 삼국시대 위·촉·오처럼 싸우는 관계가 아니다”며 “3국이 협력하고 국제 사회와 함께 새로운 삼국시대를 이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유무역에 대해선 “세계무역기구(WTO)에 입각한 다자간 무역체제 강화에 노력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힘차게 추진해야 한다”는 수준의 언급에 그쳤다.
비즈니스 서밋에 이은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환경, 보건, 고령화 분야까지 3국의 협력을 확대하는 ‘향후 10년 협력비전’도 공동으로 채택했다. 정상들은 공동합의문에서 “한·중·일 3국은 한반도의 평화가 3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고, 북·미의 조속한 대화를 통해 비핵화와 평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두=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