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의 새로운 '폼팩터'로 기대받는 차세대 스마트폰 전쟁이 본격 시작된다. 평평한(플랫) 형태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로 접어들면서 기존과는 다른 기기 형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처음으로 폴더블(접이식) 폰을 내놓자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등 시장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모토로라는 2020년 1월 가로축으로 접히는 클램셸(조개 껍데기) 형태 폴더블폰 레이저(Razr)를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 모토로라는 지난달 레이저를 시장에 선공개한 후 전날(26일)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수요 예측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출시를 내년 1월로 미뤘다.
모토로라 폴더블폰은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올해 내놓은 폴더블과 달리 가로축으로 접히는 형태다. 접으면 가로 72㎜·세로 94㎜ 크기로 주머니에 넣거나 휴대하기에 편할 것으로 보인다. 200만원대의 고가에 형성된 기존 폴더블과 달리 레이저는 스펙을 낮춰 160만원대로 책정,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응도 좋다. 1600만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보유한 IT(정보기술) 블로거 루이스 힐센테거는 미리 레이저 폴더블폰을 경험한 뒤 "새 제품은 당신의 주머니 속에 있는 미래가 될 것"이라며 "아주 재미있는 폰"이라고 소개했다. 모토로라는 "고객 수요가 많기 때문에 출시 시점을 연기한 것이다. 더 많은 소비자가 레이저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두 번째 폴더블폰을 내년 2월 신제품 공개(언팩) 행사에서 처음 대중들에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SDC) 2019'에서 차세대 폴더블폰 콘셉트 사진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새 폴더블폰 역시 올해 내놓은 갤럭시폴드와 달리 가로 축으로 접는 클램셸 형태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도로 기기 전면을 모두 화면으로 덮는 '랩어라운드' 방식 디스플레이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 같은 화면 특허를 올 3월 미국 특허청에 출원했다. 랩어라운드 방식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미국 애플, 중국 샤오미도 개발 중이다.
올해 폴더블폰을 출시한 화웨이는 후속작 '메이트Xs'를 내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0'에서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트Xs는 화웨이의 첫 폴더블폰 메이트X 처럼 세로 축을 기준으로 밖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을 고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작보다 얇고 가벼운 데다 접는 부분(힌지)의 기술을 보완해 안전성을 높일 계획이다.
메이트X의 경우 '영하 5도 이하 사용 자제'를 당부했던 화웨이가 기술적 결함을 보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메이트X는 힌지 회전축→연성 접착 지지대→플렉서블 스크린→고분자재료 스크린 보호막 등 4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중 플렉서블 스크린이 오랜 시간 저온에 노출되면 디스플레이에 결함이 생긴다는 게 화웨이의 설명이다.
샤오미는 첫 폴더블폰을 내년에 공개할 예정. 샤오미는 올해 중국 특허청인 국가지식산권국(CNIPA)을 통해 새로운 폴더블폰 특허를 출원, 지난달 승인을 받았다.
샤오미 역시 화웨이 메이트X 처럼 밖으로 접는 형태의 디자인이다. 모바일 디스플레이를 펴면 태블릿PC 형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샤오미가 출원한 디자인에 따르면 5개의 렌즈가 달린 팝업 카메라를 별도 부착할 수 있게 했다.
아직 폴더블폰을 선보이지 않은 LG전자는 올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확장형 디스플레이' 기술을 공개했다. 특이한 점은 화면을 가로축이나 세로축으로 접는 폴더블 형태가 아니라 디스플레이를 옆으로 당기면 태블릿PC 크기의 화면으로 커지는 구조다. 확장되는 화면은 롤러블 형태로 말려 있다가 펼쳐지는 원리다.
LG전자는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는 대신 디스플레이 화면을 옆에 하나 더 추가한 '듀얼 스크린'으로 시장에 대응한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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