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기업의 퇴직금 산정 기준에 성과급을 반영하도록 지침을 바꾼 가운데 민간기업에서는 성과급의 퇴직금 반영을 둘러싼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수원지방법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퇴직자들의 소송이 접수됐다. 소송의 골자는 퇴직금 산정 기준인 평균임금(퇴직 전 3개월간의 임금 평균)에 성과급을 넣어 재산정하라는 것이다. 1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퇴직자로 시작된 소송이 8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까지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삼성SDS에도 비슷한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퇴직자들이 성과급 산입을 통해 추가로 요구하는 퇴직금은 2000만~6000만원에 이른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2017년 한국HP에 매각된 옛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 1100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단 소송이다. 소송 대상 기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호황 기간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OPI(초과이익분배금), TAI(생산성장려금) 등을 사업부 성과에 따라 연봉의 50% 이상 지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성과급은 월 기본급의 1600%에 이르렀다.
해마다 경영실적의 편차가 큰 민간기업 성과급은 퇴직금에 산입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돼왔다. 2017년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상승 호재로 성과급을 지급했던 LG디스플레이가 올 들어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법원도 2006년, 2013년 당시 성과급은 퇴직금의 근거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 같은 원칙이 지난해 10월 한국감정원, 12월 한국공항공사 퇴직자에 대한 판결과 기획재정부의 지침 변경으로 흔들리고 있다.
당장 다음달로 예정된 SK하이닉스의 판결 결과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결과에 따라 산업현장은 상당한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한 대형로펌 노동 담당 변호사는 “SK하이닉스 소송에서 퇴직자가 승소하면 비슷한 소송이 잇따르며 기업들은 통상임금 사태 이상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등 민간기업들은 “기재부가 예산 범위 내에서 평가등급에 따라 나눠주는 경영실적 성과급과 언제, 어느 정도의 실적을 올릴지 알 수 없는 민간기업 성과급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노경목/신연수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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