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을 원천금지한 ‘12·16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서울 전세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강남과 목동 등 학군이 뛰어난 지역 전세가격이 대책 발표 이후 줄줄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2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정책이 발표된 이후 서초구 강남구 양천구 등에서 전세 최고가를 경신한 단지가 잇따랐다. 한 달 전보다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가량 비싼 가격에 계약이 이뤄졌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8㎡는 15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4일 거래됐던 15억원에서 8500만원 올랐다. 도곡동 도곡1차아이파크 전용 130.2㎡도 20일 한 달 전에 비해 1억원 뛴 12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반포동 K공인 관계자는 “대출받기가 힘들어지자 매매를 하려다 전세로 선회한 사람들이 상당하다”며 “반면 대책 발표 이후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이 많아 매물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학군수요가 많은 대치동 인근에선 구축 아파트 전셋값도 급등하는 모습이다. 은마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대치동 J공인 관계자는 “시세보다 1억원 비싼 7억원까지 내겠으니 날짜에 맞는 전세매물을 구해달라는 사람도 나타났다”고 전했다. 대치동 M공인 대표는 “신축인 래미안대치팰리스에선 순수 전세는 완전히 사라졌다”며 “월세를 일부 낀 ‘반전세’ 외에는 아예 못 구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송파구에서도 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 준신축 아파트 전세가가 달아올랐다. 엘스 전용 84.88㎡는 16일 10억원에 전세로 거래됐다. 잠실동 J공인 대표는 “아직 매수자가 붙지는 않았지만 엘스 전세를 12억원까지 받겠다는 집주인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는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21만3000여 가구다. 이 중 77%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집중돼 있다.
목동 등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지역도 과열 분위기다. 9억원 초과 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서 20%로 축소되면서 대출이 줄어들어서다. 목동 신시가지 2단지 전용 97.9㎡는 19일 8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지난달보다 1억원 뛰었다. 목동 M공인 관계자는 “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도 지난주 6억원에 계약됐다”며 “두 달 전만 해도 4억원대 중후반에서 거래됐던 물건인데 이달 5억5000만원까지 오르더니 대책 발표 뒤 5000만원 더 뛰었다”고 전했다.
전세시장 불안은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당 D공인 대표는 “서울에서 집을 못 구한 직장인들이 분당까지 넘어오면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두 달 전만 해도 전세가 안 나가서 골치였는데 지금은 주인들이 매물을 다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셋값 불안이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교육정책 변화와 분양가 상한제로 전세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대출이 막힌 매수 대기자까지 전세시장에 들어오게 된 것”이라며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로 매물이 많지 않아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정/민경진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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