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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정책이 부를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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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20:17)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벌써부터 정치권은 선거 모드인가 봅니다.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일찌감치 설 '밥상머리 민심'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따지고 보니 설 연휴도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네요.

이번 설 연휴에 가족들이 모이면 아마 가장 먼저 얘깃거리가 될 것이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일 듯 합니다. 정부는 최근 기습적으로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15억원이 넘는 아파트 대출을 전면 규제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강화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신용평가회사인 한국기업평가가 후분양제 영향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눈길을 끕니다. 신용평가회사는 국내 건설회사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평가해 부여하는 일을 합니다. 건설회사의 사업과, 재무상태,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을 미리 점검하고 살펴보다 보니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을 전후해 이슈가 됐던 후분양제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겁니다.

국내 주택 시장을 보면 선분양제가 압도적입니다. 주택도시기금이 지원하는 공공 분양 주택자금(선분양) 대출 규모는 4조9000억원(2017년 기준)인 반면 후분양 주택자금 대출 규모는 387억원에 불과합니다.

한국에 선분양제가 본격 등장한 건 1977년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하면서 부터입니다. 당시 급격한 도시화로 증가하는 주택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이 필요했습니다. 정부는 분양가를 규제하는 대신 주택건설 공사가 완료되기 전에 건설회사가 일정 비율 공사를 진척시킨 경우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실 선분양제는 건설이 완료되기 전에 분양 계약을 체결하는 탓에 실물 주택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 사업을 진작해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정부와 대규모 주택 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을 쉽게 할 수 있는 시공사, 주택 구매 자금을 장기에 걸쳐 분납할 수 있는 수요자의 니즈가 맞물려 지금까지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후분양제는 부동산 개발사업자가 주택이 완공 또는 완공이 임박해졌을 때 분양을 시행하는 제도입니다. 선분양제에서 발생하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완공된 물건에 대한 비교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후분양제가 정착되면 주택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택시장에서 후분양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최근의 일은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 분양권 전매가 횡행하고 소비자의 주택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참여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아파트에 대해 80% 시공 후 분양을 의무화했습니다.

그러나 본격 시행 시기인 2008년 정권이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후분양제 시행이 지연됐답니다. 2008년 8월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이 발표되면서 재건축 일반 공급분에 대한 후분양 의무가 폐지되고, 결국 흐지부지 됐고요.

사실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건설회사의 사업 위험은 커지게 됩니다. 선분양제에서는 분양 대금을 통해 사업비를 민간에 의존할 수 있었죠. 후분양제에서는 직접 조달해야 합니다. 분양 수익이 특정 시점에 들어오기 때문에 시공사의 영업실적이나 현금 흐름 변동성은 커지게 되죠.

무엇보다 2~3년 후 분양 시장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에 미분양 위험은 선분양제에서 보다 커집니다. 후분양제에서는 완공 시점에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상환 부담이 선분양제 때보다 더 확대될 수밖에 없고요.

물론 할인 분양 등을 통한 매각을 고려할 수 있지만 어쨌든 PF 원리금 및 공사 대금 지급의 주체가 되는 부동산 개발사업자(차주, 시행사)뿐 아니라 대출채권에 대해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시공사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선분양제에서는 시공사 우발채무 수준이 토지 매입비와 초기 사업비 등에 한정됩니다. 후분양제에서는 시공사가 수령해야 하는 공사비와 금융비용까지 시공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하게 되면서 우발채무 규모가 확대된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시공사들은 위험 회피 차원에서 분양과 수익성이 보장되는 정비 사업 위주의 수주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분양제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기여하던 분양대금이라는 자금조달 창구가 사라지니 당연히 진행 공사의 건수도 줄일 것이고요. 여러 건의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무위험 관리 능력을 갖추거나 해외 사업을 많이 하는 대형 건설회사들만 공사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수도권 등에서는 특히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더욱 더 대형 건설회사의 집중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정리해보자면 분양가상한제의 대상이 된 다수의 재건축, 재개발 조합을 중심으로 후분양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전반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동력은 부족하다는 겁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주요 지역 사업들이 후분양제를 선택한다면 정부가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자 하는 서울 및 수도권 등 수요가 높은 지역의 주택 물량은 감소하게 된다"며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공급이 감소하면서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정반대의 정책 효과가 발현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주택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자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논리죠.

가격 안정화를 통한 주거 환경 개선은 정부 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바람일 듯 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규제 범위가 확대되고 빈도가 잦아질 수록 시장의 대응 역시 다양해지는 모습입니다. 시장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요.

2017년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는 급등하는 주택 가격과 이를 잡기 위한 정부의 끝없는 숨바꼭질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규제 정책 하나하나가 어떤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킬 지 지켜볼 일입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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