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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숨결 담긴 클래식의 도시, 잘츠부르크를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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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숨결 담긴 클래식의 도시, 잘츠부르크를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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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한창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었다. 처음 접한 건 음악 중간고사를 위해서였는데 처음 네 마디만 듣고 곡의 제목을 맞히는 시험이었다. 테스트를 위해 유명 작곡가들의 작품 100여 곡의 앞부분만 들으며 외웠다. 그 시험을 시작으로 모차르트의 앨범을 찾아 듣게 됐다. 가슴에 청량음료라도 쏟아부은 듯 뻥 뚫리는 듯한 감동이 있었다. 반복해서 들으며 모차르트와 알프스의 나라, 오스트리아를 떠올렸다. 그리고 갈망 끝에 오스트리아에 닿았다.

거리에서 모차르트를 만나다

오스트리아는 음악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오스트리아를 꺼내들면 열에 아홉은 수도 빈을 떠올릴 텐데, 이곳은 사실 세계적인 음악 도시 중 하나다. 빈은 악성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이 삶의 대부분을 보낸 곳으로 유명하고, 가곡의 왕이라 부르는 슈베르트(Franz Schubert)가 출생한 곳이기도 하다. 왈츠의 아버지인 요한 슈트라우스(Johann Strauss) 또한 이곳에서 태어나 빈을 찬양하는 왈츠 명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를 찾는 사람이면 일단 빈을 우선순위에 두는 이유다.

하지만 어떤 거장보다 내겐 모차르트가 먼저였다. 수도인 빈보다 그의 숨결이 살아있는 잘츠부르크를 동경한 건 당연한 일이다. 잘츠부르크에 걸음을 내딛는 순간 아이돌 가수를 만나기 위해 달려온 열성팬처럼 가슴이 설?다.

자연스레 첫 코스는 모차르트가 태어나고 자란 구시가지로 정했다. 잘츠부르크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는데 모차르트를 비롯한 역사적인 건물과 거리, 명소는 대부분 구시가지에 있다. 도시의 중심엔 잘자흐강이 흐른다. 서울의 한강과 흐르는 방향과 도심에 위치한 모양이 비슷하다. 슈타츠 다리에 오르니 강의 양쪽으로 펼쳐진 도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다리를 건너면 게트라이데 거리다. 잘츠부르크 최대 번화가로 프렌차이즈 카페에서부터 다양한 레스토랑, 상점이 늘어서 있다. 좁고 기다란 형태의 거리에 상점마다 개성 있는 철제 세공 간판을 내걸고 있어 간판 구경을 하며 걷는 것도 재미있다. 문맹이 많던 중세 시대에 글을 몰라도 물건을 살 수 있도록 간판에 글 대신 그림이나 조각을 새겨 넣은 것이라고 한다. 빵집은 빵 모양으로, 신발집은 신발 모양으로 맥도날드 햄버거는 고유의 ‘M’자로 조각한 것이 신기하다.

거리는 흥겹다. 마치 모차르트의 대표작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K.525]의 1악장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이 곡은 알레그로 G장조 4/4박자 소나타 형식으로 빠르고 경쾌한 데다 대중적인 멜로디로 한 번만 들어도 흥얼거리게 된다. 제목은 몰라도 아마 첫 소절만 들으면 누구나 무릎을 칠 것이다. TV 방송의 시그널로 틀거나 결혼식장 등에서 많이 연주된다.

간판을 올려다보며 걷다가 노란색으로 칠한 5층 건물을 마주하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춘다. 이곳이 바로 거장 모차르트의 생가(Mozarts Geburtshaus)다. 모차르트는 1756년 1월 이곳에서 태어나 17세까지 작곡하며 살았다고 한다. 모차르트는 고작 35년의 삶을 살았는데 일생 동안 1000여 곡의 명곡을 남겼다. 그저 천재라는 말밖에 해줄 말이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다. 근처엔 펜을 든 모차르트 동상이 세워진 모차르트 광장이 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만년설 품은 '슈타인 호른 山', 도레미송 흐르는 '미라벨 정원'

매년 7~8월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 Festival)이 열린다. 모차르트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콘서트 릴레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이 페스티벌은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과 함께 3대 페스티벌로 손꼽힌다.

여인에게 정원을 선물한 대주교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떠올리며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으로 향했다. 이곳은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이름도 불어로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뜻이다. 너무 정직해서 미소가 지어진다.


이곳은 신시가지에 있는 미라벨 궁전 앞에 조성된 정원이다. 최초 궁전은 1690년 바로크 건축의 대가인 요한 피셔 폰 에를라흐(Johann Fischer von Erlach)가 18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디자인했다. 이후 요한 루카스 폰 힐데브란트(Johann Lukas von Hildebrandt)가 일부를 바꾸면서 외관을 개조했지만 1818년 화재로 원래 모습은 사라졌다. 현재의 궁전은 이후 복원된 것이다. 1950년부터 시청사로 사용하고 있다.

미라벨 궁전은 1606년 볼프 디트리히(Wolf Dietrich) 대주교가 사랑했던 여인 잘로메 알트를 위해 지었다. 17세기 당시 성직자의 결혼이 금지돼 있었지만 둘 사이에는 15명의 자식이 있었다고 한다. 둘의 사랑만큼이나 궁전과 조화된 정원은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정원을 채우고 있는 꽃과 분수, 연못, 조각상들이 전체적인 조화를 중시하던 17세기 양식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지 미라벨 정원

정원 서쪽에는 극장이 있고, 북쪽 문 앞에는 정교한 청동조각으로 꾸민 패가수스 분수가 있다. 지금이라도 하늘을 향해 날갯짓하며 오를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미라벨 정원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 마리아와 대령의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불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아름다운 정원을 뒤로하고 잘츠부르크의 지붕이라 불리는 호엔 잘츠부르크 성으로 향했다. 역사상 단 한 번도 함락된 적 없는 난공불락의 성, 호엔 잘츠부르크는 중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묀히스베르크 언덕 120m 높이에 있는 만큼 지역의 전략기지면서 요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성은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로마 교황이 세력 다툼을 벌이던 시기(1075~1122년), 잘츠부르크 대주교였던 게프 하르트가 남부 독일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세웠다. 성에 올라 광장을 돌아 나가면 앞이 탁 트이면서 잘츠부르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가슴이 뻥 뚫린다.

만년설을 품은 잘츠부르크 최고봉

도시를 벗어나 잘츠부르크의 자연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빙하 호수가 있는 첼암제-카프룬(Zell am See-Kaprun) 지역. 이곳은 잘츠부르크주의 주도 잘츠부르크시에서 약 80㎞ 떨어진 곳으로 빙하와, 산,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휴양지다. 중심에는 이곳을 대표하는 첼호수가 있다. 이 호수는 호에타우에른의 알프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것으로 물이 워낙 맑아 매년 여름이면 수영과 윈드서핑, 패들보드 등을 즐기려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오랜 시간 유럽은 물론 사막의 무더위를 피해 오스트리아까지 찾아온 중동 사람에게 여름 휴양지로 손꼽혔다. 최근엔 한국인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다고.

낮에는 곳곳에 흩어져 있다가도 밤이면 사람들이 호수로 몰려든다. 매일 밤 열리는 ‘첼암제 매직 분수 쇼’를 보기 위해서다. 여름 시즌인 5월부터 10월 15일까지 매일 저녁 호수 위로 치솟는 분수와 함께 레이저 쇼가 20분간 펼쳐지는데 이름처럼 매직에 가깝다.

잘츠부르크의 마지막은 만년설 알프스가 있는 이 지역 최고봉 슈타인 호른 산이다. 이곳은 잘츠부르커란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3,029m)로 한여름에도 반바지와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빙하와 만년설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오스트리아 최초 국립공원 호에타우에른

호에타우에른은 산세가 아름답고 신비로워서 오스트리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케이블카 탑승장까지 줄달음했다. 케이블카에 오르면 45분 만에 여름에서 겨울로 풍경이 뒤바뀐다. 분명 탈 때는 초록이 가득한 풍경이었는데 케이블카에서 하차하면 사방에 눈으로 둘러싸인 능선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최정상까지는 360m 길이의 동굴을 지나야 한다. 동굴 안에는 산의 생태와 땅속의 환경, 광물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걸음마다 자료와 시설이 마련돼 있다. 동굴이 작은 박물관이다. 그리고 드디어 정상 전망대다.

잘츠부르크 최정상이라는 말 그대로 ‘탑 오브 잘츠부르크(TOP OF SALZBURG)’라는 명칭이 3029m 높이와 함께 눈앞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누구나 이 순간엔 가슴이 뭉클해진다. 신선이 된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멀리 구름이 눈높이보다 아래에 펼쳐져 있다.

키츠 슈타인 호른 산을 내려와 ‘시그문드-툰-협곡(Sigmund-Thun-Klamm)’으로 향했다. 이곳은 해발 2000m에 있는 클람제(Klammsee)호수의 물길을 따라 걸어 오르는 코스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와 거친 물살이 매섭다. 물길 옆으로 나무로 계단과 데크가 놓여 있다. 시원한 물소리와 구간마다 하얗게 뿜어내는 물안개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곳곳에서 물안개가 빛에 반사돼 무지개가 나타나기도 한다.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호수에 오르니 가장자리 개울에서 발과 몸을 담그고 물장구치는 가족들이 보인다. 물이 얼음처럼 차가운데 표정이 밝아서 지켜보는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잘츠부르크의 여정은 마무리됐다. 모차르트의 음악과 대자연의 풍경이 어울려 머릿속에서 교향곡으로 연주되는 기분이 들었다.

잘츠부르크=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sognomedia@gmail.com

여행정보

아쉽지만 인천에서 잘츠부르크로의 직항은 없다. 1회 경유하면 선택의 폭은 넓다. 먼저 루프트한자독일항공과 터키항공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항공편이 있다. 각 14시간40분과 16시간 소요된다. 아시아나항공과 영국항공 등 1회 경유하는 항공이 여럿 있지만 32시간 넘게 소요돼 여유가 없다면 배제하는 것이 좋다.

잘츠부르크를 여행할 땐 대중교통권과 관광지입장권, 할인권 등을 아우르는 잘츠부르크카드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24시간, 48시간, 72시간권 중 고를 수 있는데 교통은 물론 30여 개 관광지의 무료입장과 40여 개 매장에서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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