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영국은 고복지·고비용, 저효율로 국가 전체가 부실화에 빠지는 등 일명 ‘영국병’을 앓았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1979년 총리에 오른 마거릿 대처는 영국병을 치유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한다. 긴축적인 통화·재정정책을 통해 물가안정과 정부재정 안정화에 나섰다. 특히 ‘아서왕’이라 불릴 정도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던 석탄노조 위원장인 아서 스카길이 버티고 있는 석탄노조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러자 석탄노조는 1984년 대대적인 파업에 돌입했고, 영국 정부 또한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강 대 강 대치에 들어갔다.
사회적 후생손실을 발생시킨 파업
당시 석탄산업은 노조가 기득권을 차지했기에 다른 단체들의 석탄 생산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석유·원자력 등의 대체 발전 자원이 성장하는 단계였기에 대체재로의 유용성은 아직 미미했다. 여기서 대체재란 재화 중에서 동일한 효용을 얻을 수 있는 재화를 이르며,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상승)할 때 다른 한 재화의 수요가 감소(증가)하면 두 재화는 서로 대체재다. 석유·원자력 등 대체 자원이 많았다면 석탄 노조의 힘이 이렇게 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파업이 발생해도 정부는 다른 대체 발전 자원을 수입 또는 자가 생산해 대응했을 것이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1985년 11월까지 발전소를 정상 가동할 수 있는 석탄 재고량을 비축, 파업에 대비하고 협상력을 제고했다. 대처 총리의 영국 정부는 1년간 탄광노조에 원칙적으로 대응해 결국 파업이 끝났고, 영국병을 치유하기 위한 대대적인 국가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파업 기간 동안 생산·투자·소비 활동에 악영향을 줘 사회적 후생손실이 발생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석탄에 대응한 대체 자원이 풍부했다면 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후생손실은 덜 했을 것이다.
한국의 철도파업, 대체재 SRT
한국에도 공공기관 노조의 파업은 사회적 후생손실을 초래한다. 보통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철도·전기·수도 등은 독점산업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산업들은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많이 들기 때문에 여러 기업이 생산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 절감·생산성 향상을 이뤄 생산체제를 갖춘다. 한국의 철도산업 또한 코레일이라는 공기업이 KTX로 대표되는 철도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철도노조는 과도한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파업으로 시멘트 등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물류수송은 마비됐고, 수도권 전철 운영에도 영향을 줬다. KTX 등 철도도 평상시에 비해 60~70%로 운행률이 떨어지면서 기업과 일반 시민의 경제활동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5일 만에 파업을 철회했다. 파업을 철회한 요인에는 SRT라는 ‘대체재’의 존재가 있었다. 코레일 파업으로 KTX 운행이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운영사가 다른 SRT는 정상운행 중이었다. 대체재의 존재가 최악의 운송대란을 방지하고, 파업 기간도 줄어들게 했다.
대체재의 존재와 경쟁의 중요성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KTX 이용에 따른 시간적 손실비용이 커지자 철도 이용 고객의 수요가 대체재인 SRT로 이동했다. 이는 시장에서 대체재의 존재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체재가 존재함으로써 경쟁관계인 기업들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가격이 하락하고 제품·서비스 질은 높아지면서 소비자의 후생은 증가한다. 이와 동시에 공급자인 기업의 경쟁력 또한 함께 상승해 사회적 후생이 높아진다. 경제활동에서 경쟁은 사회 전체 후생을 위해서 중요한 요소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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