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반미 성향 단체들이 13일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해리 해리스 대사의 ‘참수경연’을 벌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반발한 보수성향 단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가면을 쓴 시위 참가자를 결박하며 맞불 시위를 펼쳤다.
국민주권연대와 청년당은 이날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앞에서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을 규탄하는 ‘해리스 참수 경연대회’를 열었다. 주권연대와 청년당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인상을 납득할 수 없다”며 “식민지 총독 행세를 하는 해리스 대사는 미국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작년 백두칭송위원회 등을 결성해 ‘김정은 서울 방문 환영 행사’를 기획한 친북 성향 단체다.
주권연대는 이날 해리스 대사를 조롱하는 각종 퍼포먼스를 벌였다. 해리스 대사를 매운탕 재료로 격하하며 “물에 불려야 한다”거나 “머리부터 잘게 찢어야 한다”는 등의 과격한 발언도 나왔다. “해리스를 깨부수자” 또는 “입으로 헛소리를 한다”는 등 모욕을 담은 노래도 불렀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 집회에 대해 지난 12일 과격한 퍼포먼스나 위협행위 등을 금지하겠다고 통보했다. 현행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은 주재하는 외국 외교기관 및 외교사절 숙소 100m 인근에서 집회와 시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주권연대 관계자는 “경찰과 협의해 명예훼손 우려가 없는 수준으로 퍼포먼스 수위를 낮췄다”고 했다.
국민주권연대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방한을 앞두고도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트럼프 참수 경연대회’를 연 바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인쇄해 폭죽에 태우거나 문서 세단기에 넣어 조각내는 등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보수성향 단체들은 미국대사관 앞에서 맞불시위를 했다. 주권연대 구호에 반박해 “김정은을 참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