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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무서워 기업들 떠나는 판에…"법인세 올려 더 내쫓자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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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2045년까지 조세부담률을 최고 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제안한 것은 복지정책에 쓰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2년 연속 9%를 넘는 ‘초팽창 예산’을 짜면서 세수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기획위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먼저 올린 뒤 단계적으로 부가가치세까지 인상해 ‘누진적 보편증세(모든 국민이 부담하되 능력에 따라 차등 부담)’를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 같은 조치가 결국에는 기업의 ‘탈(脫)한국’을 부추기고 전 국민의 부담을 늘려 경제를 어려움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로 복지 수혜자가 증가하는데 젊은 사람은 줄고 있다”며 “세금을 올려봤자 내는 사람 부담만 늘고 복지 확대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자부터 서민까지 단계적 증세

정책기획위는 12일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2045’ 발표회를 열었다. 혁신적 포용국가란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8월 처음 제시한 사회정책 분야의 비전으로 ‘다 함께 잘사는’ 것을 지향한다. 정책기획위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3대 목표로 △행복한 개인 △더불어 사는 공동체 △역동적이고 단단한 나라 등을 제시했다.

정책기획위는 ‘포용국가 조세체계 정립에 기반한 필요 재원 확보 방안’도 공개했다. 정책기획위는 “법인세율 상향 및 단순화, 부가가치세 강화 등으로 조세부담률을 4~5%포인트 올리겠다”고 했다.

조세부담률이란 국민의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정도다. 국세와 지방세 총액의 합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누면 된다.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기준 20%인데 이를 24~25%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조세부담률은 2009년 이후 17%대를 유지하다 2016년 18.3%로 상승했고, 2017년 18.8%에 이어 지난해까지 오름세다.

22%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 정부 출범 후인 2018년부터 25%로 올랐다. 부가세율은 1977년부터 지금까지 10%를 유지하고 있다. 40%였던 소득세 최고세율은 작년부터 42%(과세표준 5억원 초과)로 올랐다.

정책기획위는 법인세율 단순화도 요구했다. 지금은 법인세 과표 구간이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2000억원 이하 22% △2000억원 초과 25% 등 4개로 나눠져 있다. 과표 구간을 줄이면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책기획위는 사회보험료율의 지속적인 현실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원 고갈 우려가 제기되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의 국민 부담률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정책기획위는 2045년 혁신적 포용국가를 완성하기 위해 “누진적 보편증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기획위는 소득세 등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우선 올린 뒤 사회보험료율을 인상하고, 마지막으로 부가세 등 간접세를 늘리겠다고 했다.

“세금만 늘고 복지 확대 안 될 것”

정책기획위는 보편적 증세를 주장하는 근거로 지난달 20~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여론분석팀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신뢰 수준 95%에 오차범위는 ±3.1%포인트)를 들었다. ‘미래 복지국가 유형은?’이란 질문에 응답자의 59.2%가 ‘중(中)세금, 중복지국가’를 꼽았다. ‘고(高)세금, 고복지국가’(22.9%), ‘저(低)세금, 저복지국가’(16.1%) 등이 뒤를 이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래 과제나 복지 부담 수준을 고르게 하려면 선택지를 다양하고 자세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이번 설문조사는 복지의 경우 고부담, 중부담, 저부담 세 가지로만 돼 있는데 응답자들은 중간치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근거 자료로 쓰이기엔 너무 빈약하다”고 했다. 이인실 교수는 “세율을 올린다고 세금이 더 걷히는 게 아니다”며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경제 구조로 가야 기업이 이익을 내고 세수도 늘 것”이라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의 법인세율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인데 추가로 세율을 올린다는 것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자해행위”라며 “기업 탈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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