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차기 회장 후보군을 처음 공개한다. 회장 선출 때마다 외풍 논란에 시달린 만큼 밀실·낙하산 선임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카드다.
'포스트 황창규' 자리를 놓고 전·현직 KT맨과 외부 출신 후보자 간 치열한 경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KT가 11년 만에 내부 출신 인사를 회장으로 맞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차기 회장 후보군을 확정한다. 면접 대상자 수를 공개하고, 본인 동의를 얻은 후보자에 한해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KT가 회장 선출 과정에서 후보군을 실명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 2002년 민영화 이후 외압 논란이 반복된 터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존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에 있던 회장 최종후보 선정 권한을 이사회로 옮기고, 후보 심사 기준에 '기업 경영 경험' 요건을 포함한 것 또한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KT 지배구조위는 회장 공모절차를 마무리한 뒤 지난달 6일부터 약 한 달간 37명의 회장 후보군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8~10명가량으로 후보자를 압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KT 내부 인사로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과 이동면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 등이 1차 관문을 통과한 유력 후보로 꼽힌다.
전직 KT맨으로는 임헌문 전 매스 총괄사장, 김태호 전 KT IT기획실장, 최두환 전 KT 종합기술원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외부 인사 중에선 유영환·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 등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KT 내에서는 조직문화와 사업에 익숙한 내부 출신 인사의 회장 선출에 내심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이석채 전 회장, 황창규 회장이 외부 출신이었던 점도 이번엔 내부 인사 출신의 회장 선임을 기대하는 분위기에 일조했다.
KT 관계자는 "회장 선출 과정에서 늘 막판에 정치권 인사가 회장 후보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회장 선출 절차를 바꿨으니 투명성이 높아지길 기대한다"면서 "내부에서도 낙하산 논란이 없는 사람, KT를 가장 잘 아는 내부 인사가 회장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KT 회장후보심사위는 지배구조위 후보군 명단을 바탕으로 본격 평가에 들어간다. 연내 이사회가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하는 수순이다.
이에 따라 통상 11월 전후 시행됐던 KT 정기 임원인사는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가 결정된 이후인 내년 1월 중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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