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2018년 국내 불법 사금융 이용자 수가 총 41만 명으로 2017년(51만8000명)에 비해 21%(10만8000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장기 연체 채무자의 신용 회복을 지원해주는 포용금융 정책이 효과를 냈기 때문”이라는 ‘자화자찬성 해석’도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곧바로 ‘표본 수가 너무 적어 벌어진 오류’라는 지적이 나왔다. 금감원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 중 미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1%로 50명에 불과했다. 금감원 설명대로라면 50명을 ‘심층조사’해 평균 이율(연 26.1%), 사금융 시장 규모(7조1000억원) 등을 추정한 셈이다.
결과 해석에도 문제가 있다. 이번 통계조사의 표본오차는 ±1.4%, 신뢰도는 95%다. 같은 조사를 20번 반복하면 19번은 사금융 이용률이 -0.6~2.4% 구간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엄밀히 말해 이용자 수는 41만 명이 아니라 95%의 확률로 ‘0명에서 최대 98만4000명’인 것이다.
한 여론조사업체 전문가는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정당 지지율 조사는 1000명을 대상으로 표본오차 ±3%인 조사를 해도 추세를 보여주는 데 무리가 없다”며 “그러나 불법 사금융 조사는 매년 한 차례만 이뤄지고, 이용률이 표본오차보다 적은 1%로 나타나는 특성 때문에 결과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의미한 조사를 하려면 최소 두 배~최대 열 배의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해야 한다”며 “조사 대상을 늘리면 신뢰도가 올라가지만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의 모집단인 국내 성인 인구는 4100만 명이다. 표본오차를 ±1%로 줄이기 위해선 약 96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해야 한다. ±0.5%로 줄이려면 약 3만8000명을 조사해야 한다.
의문은 또 있다. 금감원은 불법 사금융 이용자가 평균적으로 연 26.1%의 이자를 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불법 사채업자들이 법정 최고금리(연 24.0%)보다 겨우 2%포인트 높은 이자를 받으려고 영업하진 않는다”며 “불법 사채 피해자 조사를 하면 최소 연 100%, 많게는 연 수천%의 이자를 물었다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대부금융협회가 2016년 벌인 실태조사에선 불법 사금융 업체의 평균 이자율이 연 110%로 나타났다. 금감원도 “사금융 이용 사실의 노출을 꺼리는 이용자 특성에 따라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정부는 작년 2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24.0%로 낮췄다. 금융연구소들은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런 우려와 동떨어진 것이다.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대신 정책 효과만 강조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