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거액의 프리미엄을 얹어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고 있다. 암 치료제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존 제약 기술과 다른 첨단 바이오 기술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는 평가 나온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머크는 암 치료제 개발 업체 아큘을 2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이 회사 주가(8일 종가)의 배가 넘는 값이다. 프리미엄으로 107%를 더했다. 아큘은 항암·희귀 질환 치료제 ARQ531에 대한 1차 임상시험을 마쳤다.
프랑스의 대표 제약사 사노피도 같은 날 항암제 제조개발사인 신톡스를 25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사노피 역시 신톡스를 인수하기 위해 172%에 이르는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WSJ는 “두 건의 거래는 처방약품 부문 중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암 치료제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산업 분석업체인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현재 1230억달러 규모인 세계 항암제 시장은 2024년 두 배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사업 다각화의 방편으로 인수합병(M&A)이 쓰이기도 한다. 그동안 현금을 무더기로 벌어오던 주력 의약품들의 특허가 조만간 만료된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에 아큘을 인수하는 머크는 이미 유명 항암제 ‘키트루다’ 제조 기술을 갖고 있다. 이 제품은 작년에만 72억달러의 매출을 낸 제품이지만 2028년 특허가 만료된다. 로이 베인스 머크 부사장은 WSJ에 “아큘 인수를 통해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텍을 인수하면 우수한 연구진과 기술 개발 노하우 등을 얻을 수 있다.
앞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은 올초 암 치료제 회사 셀진을 740억달러에, 일라이릴리는 암 치료제 회사인 록소온콜로지를 80억달러에 사들였다. 지난 6월 화이자는 암 표적 치료제 전문업체 어레이를 114억달러에 인수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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