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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언의 이슈 프리즘] '부동산發 심판론'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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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은 다른 잘잘못에 앞서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심판하는 자리가 될 공산이 크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부동산 민심’이 끓어오른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폭등한 서울 집값은 거주지에 상관없이 대다수 국민을 패배자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정파적 지지 여부를 떠나 좌절감과 상실감, 분노를 얘기하는 이가 상당수다.

지난달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들끓는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워킹맘’으로 소개한 이민혜 씨는 대통령 앞에서 “전국 집값이 안정화 추세라고 하셨지만 서울만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내집 하나 마련하는 게 서민들의 꿈이자 목표인데, 서울에서는 내집 마련하는 게 어려울 만큼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30대 워킹맘의 호소는 국민으로부터 큰 공감을 샀다.

정부 실패냐, 시장 실패냐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7개월 동안 줄곧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고 말해왔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다시금 “자신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현 정책실장 역시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고 수없이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모두 17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정부의 완패다. 모두가 아는 대로 대책이 나올 때마다 서울 집값은 되레 급등했다. 동시에 대부분의 지방 부동산 시장은 상대적으로 침체되면서 양극화만 심해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얼마 전 문 대통령 취임 당시와 현재의 서울 아파트 3.3㎡당 가격을 비교한 자료를 발표했다. 3415만원(2017년 5월)이던 3.3㎡당 가격은 5051만원(2019년 11월)으로 뛰었다. 국민은행 시세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의 34개 주요 아파트 단지를 분석한 결과다. 주요 아파트 단지를 기준으로 삼은 만큼 체감 가격에 근접한 수치라 할 수 있다.

경제학 교과서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는 만큼,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연구하는 게 경제학이다. 여기서 어려운 점은 대부분 계량 가능한 비용과 달리 효용의 영역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비계량적이라는 데 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효용 총량을 계산하는 게 쉽지 않고, 선택의 메커니즘은 그만큼 더 복잡해진다.

못이길 싸움이면 방법 바꿔야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숱하게 내놓은 규제와 제약에도 수요자들이 강남의 값비싼 아파트로 몰려드는 것은 높은 비용을 상쇄할 효용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남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수요자는 강북으로, 그도 안 되면 수도권의 입지 좋은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아무리 징벌적 세금과 자금출처 조사 등으로 옥죄어도 생활 및 교육 여건, 미래 재산가치 등을 감안했을 때 이만한 선택지가 없다는 게 수요자들의 생각이다. 지방에 머물던 자금이 수도권으로, 서울로 계속 올라오는 이유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은 얼마 전 “정부 정책을 보면 경제학원론과 싸우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원론을 무시하고 괜한 고집을 피우면 쓰나미가 지나간 뒤 상처만 커진다. 강남을 짓눌렀지만 ‘왜’ 듣지 않는지, 지방 자금은 ‘왜’ 서울로 밀려드는 것인지 정확한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국가 경제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시장과 민심을 가라앉힐 수 있다.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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