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CEO)은 지난 10월 자체 홍보 채널 ‘SK하이닉스 뉴스룸’ 인터뷰에서 ‘변화’와 ‘탄탄한 기본기’를 강조했다. 그는 “조직의 역할과 일하는 방식까지 바꿔야 한다”며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기술 개발에 집중해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달 전 주문은 지난 5일 이 사장이 CEO 취임 이후 실시한 첫 인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SK하이닉스는 인적 쇄신과 조직 효율성 개선 등 ‘변화’에 방점을 찍은 임원 인사를 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SK하이닉스 인사에서 임원 20여 명이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승진자는 18명으로, 지난해(23명)보다 21% 줄었다.
낸드개발 사업을 총괄했던 정태성 사장은 자문위원으로 물러나 후배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그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2016년 말부터 3년간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72단 3D낸드 양산, 96단 4D낸드 개발, 기업용 데이터저장장치(SSD)시장 진출 확대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사장급에선 이상선 제조·기술부문장(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빠졌다. SK하이닉스 최고의 공정 관리 전문가로 통하는 이 부사장은 반도체 생산을 책임졌다. 조직문화 향상에 기여한 현순엽 기업문화담당(부사장)도 물러났다.
사장으로 승진한 진교원 개발제조총괄이 공백을 메울 전망이다. 개발제조총괄은 신설 보직으로, 반도체 개발부터 양산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자리다. 진 사장은 D램개발사업담당, 품질보증담당 등을 지낸 기술 전문가다. 2012년 하이닉스가 SK텔레콤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엔 SK텔레콤이 시너지 강화 목적으로 조직한 SC(SemiConductor)사업기획본부를 이끌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조직에 변화를 주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이 사장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역대 최고인 매출 40조4450억원, 영업이익 20조8437억원의 실적을 거뒀지만 올해는 상황이 좋지 않다. D램·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등 외부 요인 영향으로 올해 실적은 지난해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사업 부진이 두드러진다. SK하이닉스 낸드 사업은 지난해 4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올 하반기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등 ‘감산’에 들어갔지만, 내년 상반기까진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5위권을 유지했던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도 차세대 공정 전환 등의 영향으로 지난 3분기엔 6위로 떨어졌다.
황정수/정인설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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