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게 12월의 수은주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3년차가 마무리돼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추락이 진행되고 있다. 추락 양상이 예상보다 훨씬 깊고 넓어 두려움이 커진다.
‘추락하는 한국’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곤두박질치는 경기지표들이다. 올 성장률은 1%대 진입이 유력하다.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역대 최저다. ‘3년 연속 세계 평균 성장률 하회’라는 초유의 기록도 예약했다. 그래도 정부는 ‘선방’이라고 우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클럽’ 7개국 중 미국 다음가는 고성장이란다. 사람으로 치면 40대 중년쯤인 한국이 60대 이상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과 달리기를 해서 2등 한 것이 자랑일 수 있다는 것인지.
'서민 정부'에서 추락한 서민 삶
수출은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급감했다. 선박(-62.1%) 반도체(-30.8%) 등 주력 13개 품목 가운데 12개가 곤두박질쳤다. 이러니 기업 이익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 1~3분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다. 공기업은 더 심각하다.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 14개 주요 공기업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년 전의 19%에 불과하다.
모든 추락이 상실감을 주지만 서민 경제의 추락은 배신감마저 동반한다. ‘서민 정권’이라며 온갖 명목으로 용돈(수당)을 뿌려댔지만 ‘최상위 20%’의 소득이 ‘최하위 20%’의 5.3배로 벌어졌다. 2016년 4.5배까지 개선됐던 격차가 정확히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가파르게 악화되는 모습이다. 3년 전 0.30이던 지니계수도 최근 0.33으로 높아졌다. 양극화가 10%만큼 더 깊어졌다는 의미다. 중산층 가구 비중도 58.3%로 사상 처음 60% 아래로 떨어졌다. 또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고, 신용카드 연체액은 3년 전부터 급증세로 돌아섰다.
경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변화를 짚어보면 ‘추락’이 지배코드가 된 현실이 더 생생해진다. 합계출산율 추락은 특히 공포스럽다. 2002~2016년의 15년 동안 1.2명 안팎을 유지하던 출산율은 3년 전부터 ‘자유낙하’ 모드다. 지난해 0.98명으로 ‘1.0명’이 무너지더니 올 3분기에는 0.88명까지 내달렸다. 서울은 0.69명, 부산은 0.78명이다. 전 세계 꼴찌에다 동서고금에 보기 힘든 수치다.
출산율·공권력 추락의 '공포'
지방의 쇠락도 심상치 않다. 젊은 층이 수도권으로 대거 이탈하면서 인구가 감소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신입생을 못 구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고 할 만큼 지방대학은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서울 아파트가 50% 넘게 폭등한 지난 2년 반 동안 영남·충청권을 중심으로 지방 아파트는 10% 이상 급락했다. 심리적 박탈감과 패닉은 지방 공동화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공동체 안위를 위협할 정도로 공권력 역시 추락 중이다. 경찰을 폭행해도, 경영자를 가둬놓고 집단 린치해도 거대노조는 무탈하다. 주한 외국대사관에서 난동을 부리는 무리가 등장해도 공권력은 팔짱끼고 지켜볼 뿐이다. 국격 추락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북한은 툭하면 훈시질이고, 미국과 중국의 일개 대사들은 무례하게도 청와대를 향해 ‘경고메시지’를 날렸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지만 추락 한국에는 날개도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는 해방 이후 74년 동안 세계 무대에서 쌓아온 신뢰자본의 심대한 훼손이다. 장관과 국회의원의 말은 무게를 잃은 지 오래다. ‘코드재판’이 잇따르면서 법마저도 고고한 ‘정의의 자리’에서 저잣거리 안줏감으로 전락 중이다. 위기의 정점에 ‘자본주의자이자 사회주의자’라는 조국을 감싸고, 학문보다 선동에 더 능한 김용옥을 치켜세우며 리더십 추락을 자초하는 문 대통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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