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운영하는 뮤직플랫폼 멜론이 'MMA 2019'로 연말 음악 시상식의 포문을 열었다.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공연형 무대로 화려한 볼거리를 이끌어 호평을 얻는 반면, 다수의 불참자에 따른 허전함과 여전히 잔존하는 음원차트에 대한 불신 여론까지 딛고 일어서진 못했다.
지난 11월 3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MMA(멜론뮤직어워드) 2019'가 개최됐다. 이날 공연장에는 2만여 명의 관객을 비롯해 티켓 예매에는 실패했지만 현장의 열기를 느끼기 위해 모여든 팬들로 북적였다.
'MMA 2019'는 '풀 오브 서프라이시스(FULL OF SURPRIESES)'를 테마로 내세웠다. 새롭고 놀라운 퍼포먼스를 예고하며 기존의 형식적인 시상식과는 차별화를 꾀했다. 카카오가 공언한 대로 'MMA 2019'의 각 무대는 아티스트별 단독 콘서트를 연상케 하는 독창적인 콘셉트와 신선한 편곡, 유일무이한 퍼포먼스를 결합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여타 음악 시상식에서 느낄 수 있는 고루함을 전부 타파했다. 재미를 줄 수 있지만 아티스트의 역량에 집중하기 어려운 컬래버레이션 무대나 불필요한 드라마 영상 등을 배제하고 과감한 공연형 기획과 무대 구성을 택했다.
자칫 번잡스러워 보일 수 있는 무대 장치들을 최소화하고 감각적인 영상 효과를 활용해 각 가수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무대를 완성했다. 신인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바닥과 영상을 이용한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ITZY는 음악대와 함께 한층 풍성한 무대를 완성했다. 청하는 블랙과 화이트로 선과 악의 공존을 표현하며 열정적인 퍼포먼스에 강렬한 연기를 더해 몰입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잔나비는 별이 쏟아지는 듯한 감성적인 무대 연출에 힘입어 오르간과 피아노 연주를 입힌 부드러운 보컬을 선사했다.
마지막 방탄소년단의 무대는 세계 각국에서 K팝의 위상을 드높인 이들의 영향력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교복을 입고 1년 만에 선보인 '상남자' 무대를 시작으로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소우주'까지 BTS 유니버스를 만끽할 수 있었다. '디오니소스(Dionysus)' 무대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연상하게 하는 신전을 배경으로 화려한 스케일의 무대가 펼쳐지며 시상식 퍼포먼스의 정점을 찍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현장의 관객들은 시상과 약간의 변주가 가미된 무대를 반복하는 기존의 천편일률적 시상식을 '관람'하러 온 것이 아닌, 여러 K팝 아티스트가 모인 콘서트를 몸소 '즐기러' 온 듯 일제히 열광했다. 음악으로 하나된 축제의 의미가 비로소 살아나는 듯한 기분을 준 'MMA 2019'였다.
그러나 다수의 불참자로 인한 아쉬움이 'MMA 2019'의 발목을 붙잡았다. 올 한해 음원차트에서 활약하며 K팝의 선두에 섰던 여러 팀들을 볼 수 없었다. TOP 10에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잔나비, 마마무, 헤이즈, 엑소, 볼빨간사춘기, 장범준, 태연, 청하, 엠씨더맥스가 선정됐는데 이 중 무려 4명이나 참석하지 않았다. 더욱이 활약이 두드러졌던 악동뮤지션,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의 부재와 무관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지속되고 있는 음원 사재기 의혹의 여파로 빚어진 여론의 불신 분위기와 부정적인 시선 또한 허점으로 남았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만큼 멜론은 음원 사재기 의혹에 누차 거론되며 대중의 직격타를 받았다. 이에 카카오M 측은 조작이 없었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이날 시상식에는 장기간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조작 논란의 타겟이 되어야만 했던 가수들이 일절 참석하지 않았다. 차트를 장기 집권하던 이들의 영향력과는 상반되는 결과였다.
시상식 도중에 나온 영상도 의아함을 자아냈다. 2019년 가요계를 정리하는 해당 영상에서 시상식 측은 올 여름, 써머송이 아닌 이별 노래들이 한반도를 강타했다면서 이후 악동뮤지션 이찬혁의 전역으로 팬덤 스밍도, 조작 논란도 없는 이들이 정의구현을 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악동뮤지션은 'MMA 2019'에서 베스트 록 부문에만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 역시 수상은 하지 못했다.
'MMA 2019'는 아티스트와 관객이 하나돼 즐긴다는 공연형 시상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다만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가 주최하는 시상식이라는 명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본질에 대한 꾸준한 고민은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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