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올해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진행하기로 했다. 제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파행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정기국회를 11일 남겨놓은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인 200여건 안건 전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은 물론,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3법' 중 일부 법안, 대체복무제 관련 법안 등 주요 민생·경제 법안이 처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줄줄이 무산됐다. 당장 실생활에 시급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한없이 미뤄진 셈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불법으로 출발시킨 패스트트랙 폭거의 열차가 대한민국을 절망과 몰락의 낭떠러지로 몰고 있다"며 "불법과 다수의 횡포에 한국당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저항의 대장정을 시작할 것이고, 그 차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본회의는 물론, 다음 달 10일 종료되는 정기국회가 사실상 중단됐다.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 2일) 내 처리도 어려워진다.
국회법 106조2항은 본회의 부의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1이 요구할 경우 무제한 토론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제한 토론은 의원 1명당 한 번씩 시간제한 없이 진행할 수 있다.
한국당은 각각의 안건에 대해서 의원 1명당 4시간씩 토론을 진행키로 했다. 이론적으로는 한국당 소속 의원 108명이 법안 1건당 432시간을 진행할 수 있으며, 법안 200건에 대해서는 8만6400시간 토론할 수 있다.
정기국회 종료일(12월10일)까지 11일(264시간) 정도가 남은 만큼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경우 더이상 안건을 처리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반발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회법은 재적의원 3분의 1 요구에 5분의 3(현재 재적인원 295명 기준 177명)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 의석수로만 보면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이 공조하면 토론 종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당이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만큼 토론 종결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 요구가 제출된 지 24시간이 지나야 종결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는데, 이는 법안 1건에 대해 최소 24시간의 토론 시간은 보장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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