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궈홍(邱國洪) 주한중국대사는 미국이 한반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정치적 지혜를 갖고 잘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라며 “왜냐하면 미국이 한국 본토에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 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를 초래할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29일 말했다.
추 대사는 이날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한·중관계 오늘과 내일’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거리핵전략(INF) 조약에서 탈퇴한 미국이 한국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한국 입장이 난처하다’며 ‘중국이 먼저 나서서 미국과 새로운 INF 조약을 협의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견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날 강연 내내 추 대사는 온화한 목소리를 유지했지만, 중거리 미사일, 홍콩 문제 등 중국의 이익과 배치되는 사안에서는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추 대사는 “미국이 INF 조약을 탈퇴하며 러시아가 조약을 어겼다든지, 중국이 중거리 미사일 계획이 있다는 식의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군사적인 면에서 절대우위를 지키겠다는 뚜렷한 목적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의 INF 조약 탈퇴에 반대하고 중국 주변에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소수의 중거리 미사일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방어용”이라며 “군사능력면에서 미국과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 러시아가 같이 INF를 새로 체결하는 건 현단계에서는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추 대사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유화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아직 부족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긍정적인 노력을 한 건 사실”이라며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잠정 중단하고 핵미사일 시험장을 폐기한 데 대해 각국은 북이 비핵화 약속과 행동을 결부해 유엔 안보리 제재의 (제재 완화와 관련한) 가역적 조항 가동 문제를 적절한 시기에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추 대사 말씀과 달리 한국 국민 대다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하자, 추 대사는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도, 나라 간에도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김정은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를 발전시키는 과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 사회가 북한에 어느 정도 상응하는 보상을 하기 전에 북한은 쉽게 핵이란 카드를 놓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을 더 많이 격려해 비핵화 발걸음을 떼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홍콩 사태에 대한 입장도 나왔다. 추 대사는 ‘홍콩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면서 “홍콩특별행정구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라며 “홍콩에서는 ‘일국양제(하나의 나라 두 개의 제도)’, ‘항인치항(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제도가 시행되고 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콩에 사는 중국인들은 언론 자유를 갖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치적인 요구를 할 수 있고 심지어 중국 지도자를 비평할 수 있다”며 “그러나 폭력으로 요구를 드러내선 안 된다”고 했다.
중국의 신장웨이우얼자치구에 들어선 ‘직업훈련소’들이 대규모 구금 시설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미국이 중국에 먹칠하고 탄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며 “지난달 유엔 총회 인권위원회에 미국이 주도해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인권 관련 공동성명을 냈지만 중국을 지지하는 나라가 더 많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장 청년들이 학교에서 기술 훈련을 하는 것은 그들의 진로를 위한 일”이라며 “서양이 말하는 것처럼 안 좋은 환경인지 신장의 인권 상황, 사회 발전상을 직접 가서 확인해보라”고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