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흑은 착각이 있었다. 참고도1이 그것이다. 1·3을 교환하고 손을 돌리면 역전된 것이 아닌가 하고 김칫국을 마시던 참이다. 하지만 다음 백이 ‘가’에 가만히 이으면 묘하게 세 곳이 자충이다. 흑이 어느 곳을 이어도 백이 대각선 자리에 단수 치면 잡힌다. 흑은 얼떨결에 급소를 맞은 형태로 모양이 어그러졌다. 다른 곳에 둔다 하더라도 A의 맛이 고약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61을 두었다. 팻감이 월등히 많은 백으로서는 환영이다.
좌변 끝내기를 하는 과정에서는 백이 끝낼 기회를 놓쳤다. 184로는 참고도2라면 잡았다.
201은 팻감이 없기 때문에 둔 것으로 단순 끝내기에 불과하다. 그런데 백은 B, C, D 등 팻감이 아직 한참 많은데도 그냥 패를 해소해버렸다. 흑이 역으로 203을 젖혀서는 차이가 좁혀졌다. 하지만 여전히 백이 유리한 국면임은 확실하다. (흑163·169·191·197은 202, 백166·172·194는 200자리에 따냈다)
박지연 5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