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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윈도드레싱'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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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증권가에서는 ‘윈도드레싱(window dressing)’이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 기관투자가들이 연말 결산기를 앞두고 보유 종목의 주가 관리에 나서는 것을 가리킨다. 연말 기준 투자수익률을 최대한 올려놓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새해 연봉 산정을 앞두고 가급적 실적을 끌어올리려 한다. 이는 펀드 자금 유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래서 실적이 시원치 않았던 종목은 털어내고 수익률이 좋은 종목만을 남겨두고 싶은 충동을 받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펀드 내에는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들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거래가 많아지면 증시에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긴다. 최근 주가가 부진한 종목들은 여러 기관이 동시에 팔면서 주가가 더 떨어진다. 반면 ‘테마주’ 등 상승세를 타는 종목은 여러 펀드가 경쟁적으로 매입하면서 더욱 더 주가가 오른다. 연말에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결과적으로 ‘윈도드레싱’은 펀드의 수익률을 끌어올린다기보다는 주어진 기간 동안 ‘수익률이 높은 것처럼 보이기 위한 매매행위’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윈도드레싱’이라는 말 자체가 ‘쇼윈도에 상품 전시를 화려하고 멋지게 해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자극하는 행위’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시세조종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윈도드레싱을 한 펀드매니저가 금융당국에 적발돼 징계를 받은 경우도 있다. 윈도드레싱을 시세조종으로 본 판례도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윈도드레싱의 일환으로 종가 시간대에 대량 매수하는 것은 일반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쳐 매매가 유인될 수 있고, 이는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펀드가 이미 보유한 종목을 대량으로 추가 매입해 주가를 반짝 끌어올리는 윈도드레싱을 ‘포트폴리오 펌핑(pumping)’이라고 부르며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연말 윈도드레싱 시즌을 맞아 여기에 편승해 ‘한몫’ 잡으려는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저런 종목의 이름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런 주식들은 해가 바뀌면 언제 다시 대량 매물로 쏟아져 나올지 모른다. ‘귀동냥 주식투자’는 늘 조심해야 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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