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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수주전 과열' 한남3구역 입찰무효…4500억 '보증금 몰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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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최대어’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3구역의 시공사 선정 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잡음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시공사 입찰무효 사유가 다수 나왔다고 보고 용산구청과 조합에 시정조치를 통보할 예정이다.

◆사상 초유 ‘입찰무효’

26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합동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GS건설 등 한남3구역에 입찰한 건설사 세 곳이 수주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공정 과열 양상을 보인 한남3구역에서 도정법 등 법 위반 소지 20여건을 적발했다”며 “해당 건설사들을 수사 의뢰하고 입찰 무효와 재입찰 등의 시정조치를 용산구청과 조합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시공사 입찰 과정에 대한 첫 현장점검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용산구청, 한국감정원 등이 이달 11일부터 한남3구역 일대에서 조사를 벌였다. 건설사들이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법을 위반하는 등 수주전이 혼탁해지는 양상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건설사들이 내건 조건은 조합원들이 솔깃할 내용들이다. 대안설계와 혁신설계를 제공하고 최저이주비를 보장하거나 무이자로 사업비를 대여해주는 내용 등이다. 임대아파트를 한 가구도 짓지 않는 설계안이나 최저분양가를 보장하는 내용도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들이 모두 도정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현행 도정법은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주비나 사업비를 무이자로 지원하기로 약속한 경우 재산상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해석했다. 분양가 보장이나 임대주택을 없애는 등의 내용도 간접적인 재산상 이익을 약속한 것이란 해석이다.


서울시는 시공사들의 혁신설계안 또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이 규정을 개정하면서 시공사의 설계 변경이 사업비의 10% 이내에서 경미한 수준으로만 가능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사업비의 10% 이상 증액할 경우 감정원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시공사 선정 이후 과도한 설계 변경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앞서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 주택기획관은 “파장이 있더라도 법과 기준에 따라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의 시공사 선정 과정이 지속될 경우 사업이 지연될 뿐 아니라 정비사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불러온다”며 “이번 조치로 불공정 관행이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찰보증금 4500억원 몰수되나

입찰이 무효로 돌아가면서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 세 곳이 낸 총 4500억원의 보증금이 몰수될 가능성도 생겼다. 한남3구역 조합은 지난달 입찰을 개시하면서 참여 조건으로 회사당 1500억원의 입찰보증금을 내도록 했다.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GS건설은 이 가운데 800억원은 현금으로, 700억원가량은 이행보증보험증권으로 내기로 했다. 하지만 입찰 자체가 무효로 되면서 조합이 보증금 몰수를 결정할 경우 건설사들은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앞서 갈현1구역에서도 현대건설이 입찰자격을 잃으면서 보증금으로 낸 1000억원을 몰수당할 처지에 놓이는 사례가 나왔다.

국토부는 이들 건설사 세 곳의 위법 사항에 대해서도 경찰과 검찰 등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수사 결과가 나오면 도정법에 따라 이들 3개사는 향후 2년 동안 정비사업에 대한 입찰참가 자격제한의 제재를 받는다. 이 기간 동안 강남 등의 대어급 재건축사업이나 한남뉴타운2·4·5구역 등에서 시공사 선정이 진행되더라도 참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재입찰이 진행될 경우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GS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들만 입찰 참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총 사업비 3조원에 이르는 한남3구역을 단독으로 시공 가능한 건설사는 많지 않다. 앞서 이들 건설사들도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할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조합에서 단독 시공을 요구하면서 선회했다. 사전설명회엔 대우건설과 SK건설이 참여했다가 본입찰에선 빠졌다. 재입찰과 3차 입찰까지 모두 유찰될 경우 조합은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구해야 한다. 조합은 일단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28일 시공사 합동 설명회를 앞두고 있다. 다음달 15일엔 시공사 선정 총회가 계획됐다. 조합 관계자는 “정부 조치와 관계없이 합동설명회의 임시총회 등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남3구역의 사업 속도는 더욱 지체될 전망이다. 2003년 2차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서울시의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16년 만인 올해 3월에서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건축계획심의만 7번을 받았다. 그나마도 한남뉴타운 재개발 구역 가운데선 가장 빠른 편이다.

한남3구역은 한남동 일대 약 38만㎡ 땅에 새 아파트 581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규모가 큰 만큼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조합 총회 기준 공사비만 1조8700억원, 총 사업비는 2조9800억원가량으로 예정됐다. 조합은 정상 사업기간 동안의 시공사 대여금 이자(1377억원·4년 가정)와 이주비 이자(2232억원·5년 가정)만 해도 3600억원가량이 매년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엔 고급화와 관련한 논란도 불거졌다. 구릉지 경사에 따라 층고가 제한된 까닭이다. 원안 설계에선 단지의 밀도를 뜻하는 건폐율이 40%대까지 증가하다 보니 대안설계 필요성이 대두돼왔다. 보광동 A공인 관계자는 “지형을 활용한 공공건축가의 설계에 미흡한 점이 많다 보니 결국 대안설계를 가장 고급스럽게 제시한 시공사가 선정될 것으로 보였지만 이젠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됐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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