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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 죽쑨 정유사들, 앞다퉈 석유화학사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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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에 국제 유가 약세까지 겹친 탓이다. 정유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정유업체가 원유를 정제해 남기는 이익)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7.7달러로 올 들어 정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10월(배럴당 4.1달러) 반토막 가까이 급락한 뒤 지난달엔 배럴당 1.2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1달러 하락하면 정유사 영업이익은 분기당 2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여파로 벙커C유(고유황 중유) 정제마진이 급락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IMO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2020년부터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강화하는 내용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IMO 2020)를 시행하기로 했다. 해운사들이 IMO 규제 도입 한 달여를 앞두고 고유황 중유 구매를 줄이면서 고유황 중유 정제마진도 추락 중이다. 지난달 두바이유(원유) 가격이 배럴당 62달러 수준인 것에 반해 고유황 중유는 36달러로 원유 가격을 밑돌았다.


올해 3분기(7~9월) SK이노베이션(-60.5%)과 GS칼텍스(-49.3%), 에쓰오일(-26.9%), 현대오일뱅크(-34.3%) 등 4대 정유사 모두 작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대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의 폭발적인 성장은 기대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본업인 정유사업이 한계에 부딪힌 정유사들은 석유화학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 3분기 정유 4사 전체 영업이익 중 석유화학 사업 비중은 SK이노베이션이 60%에 달했다. 에쓰오일(56%)과 현대오일뱅크(50%)도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석유화학 부문이 차지했다.

정유사들은 앞다퉈 석유화학 분야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중국 최대 석유화학기업 시노펙과 함께 중국 우한에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건설했다. 2014년에는 인천에 1조6000억원, 울산에 4800억원을 투자해 파라자일렌(PX)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GS칼텍스는 여수 제2공장 인근 약 43만㎡ 부지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해 2021년까지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짓고 있다. 에쓰오일도 최근 울산에 5조원을 들여 석유화학 공장을 준공했다. 또 2024년까지 7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공장을 신설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충남 아로마틱 석유화학 공장 증설에 2600억원을 투자한다. 이번 증설로 플라스틱 원료 생산 능력을 120만t에서 140만t으로 늘린다.

정유사들은 태양광이나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달 내트럭하우스(화물차 운전자 대상으로 주유와 쉼터를 제공하는 시설) 부산신항사업소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시설의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발전 용량은 하루 995.4㎾h로 3㎾h 수준인 주택용 태양광 발전 시설의 300배가 넘는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가솔린과 경유, 등유만 팔던 주유소에서 전기와 수소차 충전 시설을 갖춘 복합 주유소를 선보이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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