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남북한 접경지역인 창린도 방어부대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을 지시한 것과 관련해 우리 군과 정부가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특히 이번 해안포 사격을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군사적 긴장 행위의 중단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정부가 북한의 군사 훈련에 대해 “9·19 군사합의를 어겼다”고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올해 총 열두 번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지만, 정부는 그때마다 “군사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라고만 대응했다.
“김정은, ‘목표’ 정하고 사격 지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25일 김정은이 백령도 북동쪽에 있는 창린도 방어부대에서 직접 사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부산에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시작한 날이자 연평도 포격사건 9주기(11월 23일) 이틀 후였다. 지난해 한반도 정세가 평화 모드로 급변한 후 김정은이 남북 접경지역 부대를 직접 찾은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이 매체들은 김정은이 “해안포 중대 2포에 목표를 정해주며 한 번 사격을 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목표가 구체적으로 어느 지점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창린도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이란 점을 감안하면 포문 방향이 남측을 향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리적으로 북위 38도선 이남에 있는 창린도는 광복 직후엔 한국 영토였다. 하지만 6·25전쟁 과정에서 남북 간 점령과 탈환전이 반복되다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북한에 인계됐다.
김정은은 제5492군부대관하 여성중대도 함께 시찰했다. 그는 “그 어떤 목표라 해도 명중탄만을 날리는 명포수 중대로 계속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군사 관련 행보는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지난 16일엔 전투비행술 대회, 18일엔 낙하산 강하 훈련을 각각 참관했다. 이번 현지시찰엔 박정천 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과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동행했다.
정부, “접경지역 군사 행위 중단해야”
국방부와 통일부는 한목소리로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고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북한의 창린도 해안포 사격 훈련이 ‘서해 NLL 완충구역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한다’는 남북한 간 합의를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은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는 모든 군사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이런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9·19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역시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북한 간 합의로 지난해 체결된 9·19 군사합의 준수를 북한에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금강산의 남측시설 철거,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거절에 이어 창린도 해안포 사격까지 단계적으로 대남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이 미·북 협상 교착 국면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첫날에 군사행보 시기를 맞추면서 연말까지 대남·대미 압박을 지속할 것을 예고했다”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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