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음원퀸’이다. 새 음반을 발표하자마자 마법을 부린 것처럼 순식간에 음원차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지난 18일 다섯 번째 미니음반 ‘러브 포엠(Love poem)’을 발표한 아이유 이야기다.
아이유는 ‘러브 포엠’에 더블 타이틀곡 ‘러브 포엠’과 ‘블루밍(Blueming)’을 비롯해 ‘언럭키(unlucky)’ ‘그 사람’ ‘시간의 바깥’ ‘자장가’ 등 다채로운 장르의 여섯 곡을 담았다. ‘블루밍’은 공개 직후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1위를 휩쓸었다. 이뿐만 아니라 음반 수록곡 모두가 톱10에 들었다. ‘블루밍’은 발매 닷새째인 22일에도 멜론에서 1위를 굳건하게 지켰고, 다른 곡들도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음반 판매도 날개를 달았다. 지난 19일 한터차트 집계에 따르면 ‘러브 포엠’은 발매 하루 만에 12만 장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했고, 이틀 만에 13만4000장을 넘겼다. 역대 여성 솔로 가수의 초동(발매 후 1주일간) 음반 판매량 1위다.
아이유는 내놓는 음반마다 자신의 색깔과 새로운 이야기를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 네 번째 미니음반 ‘챗-셔(CHAT-SHIRE)’에서는 여러 소설 속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어 스물셋이 된 자신의 감정 변화를 녹였다. 2017년 네 번째 정규 음반 ‘팔레트(Palette)’는 다양한 물감이 든 팔레트처럼 형형색색의 노래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직접 프로듀싱까지 맡아 한층 성장한 음악 실력도 인정받았다.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디지털 싱글 ‘삐삐’는 무례하게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후 약 1년 만에 내놓은 ‘러브 포엠’은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다. 이번에 선택한 테마는 시(詩)다. 아이유는 “모든 문학 장르에 정답은 없지만 그중 해석이 가장 자유로운 건 시”라며 “창작자의 순정만 담겨 있다면 어떤 형태든 시적 허용(시에서만 특별히 허용하는 비문법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음반의 제목을 ‘사랑 시’라고 지어놓고도 부끄럽지 않은 건 여기 담은 것들이 전부 진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유는 ‘시’라는 큰 틀 아래 파란 장미(블루로즈)를 음반의 콘셉트로 잡았다. 수록곡의 모든 가사를 직접 쓴 그는 음반을 한 권의 시집처럼 구성해 책장을 넘기듯 가사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모든 곡이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유다. 마침표는 ‘파란 장미’를 그려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이유는 ‘그 사람’ ‘블루밍’ 등의 작곡까지 맡았고, 그동안 꾸준히 음악 작업을 같이 해오며 호흡을 맞춘 이민수·제휘·김희원·적재·홍소진 등 실력파 음악인들이 힘을 보탰다.
타이틀곡 ‘블루밍’과 재킷 사진 등에 ‘파란 장미’를 내세운 건 단지 독특하고 예뻐서만이 아니다. 아이유는 “파란 장미는 인위적으로 만든 꽃이라 원래 꽃말은 ‘불가능’이었는데 많이 만들어지고 사랑받으면서 ‘기적’으로 꽃말이 바뀌었다”며 “꽃말의 변화를 사랑에 빗대 ‘블루밍’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랑에 빠졌을 때 머릿속에 아름다운 문장이 쏟아진다는 그는 사랑에 푹 빠진 순간을 경쾌하고 발랄한 리듬 위에 풀어냈다. 귀엽고 통통 튀는 노랫말이 멜로디를 한층 풍성하게 해준다.
수록곡 ‘시간의 바깥’은 2011년 작곡가 이민수, 작사가 김이나가 만든 ‘너랑 나’의 다음 이야기를 아이유가 새로 지어 완성한 곡이다. 이민수 작곡가와 ‘너랑 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배우 이현우도 8년 후의 이야기에 동참했다. ‘자장가’는 2017년 발표해 큰 인기를 얻었던 ‘밤편지’의 작곡가 김희원이 멜로디를 썼다. 아이유는 지난해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페르소나’의 네 번째 단편 ‘밤을 걷다’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곡의 가사를 지었다. ‘밤편지’를 잇는, 차분하면서도 울림이 큰 노래다.
아이유가 많은 이들의 사랑과 공감을 얻는 것은 2009년 데뷔곡 ‘미아’부터 이번 ‘러브 포엠’까지 자신의 생각과 상황의 변화, 꺼내기 힘든 솔직한 감정을 노래로 전한 결과다. 지난 2일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 투어 콘서트를 펼치고 있는 아이유는 23~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공연한다. 두 차례 공연의 티켓 5만여 장은 예매 시작 1분 만에 동났다. 다음달부터는 대만·싱가포르·마닐라·쿠알라룸푸르·방콕·자카르타 등 해외에서 콘서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하진 한경텐아시아 기자 hahaha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