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머니'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이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블랙머니' 극장 좌석 수가 하루 만에 90만에서 30만으로 줄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 감독은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지난 21일 개봉한 이후 좌석 수가 줄었다고 언급하며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정 감독은 "광주 CGV는 밤 9시와 11시에 두 번 '블랙머니'를 상영한다. '블랙머니'를 보러 갔다가 다른 영화를 보게 된다"며 영화 배급이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감독은 "'겨울왕국2'는 어린이와 학부모가 모두 볼 수 있는 좋은 영화다. 좋은 영화를 오래 보면 안 되느냐. 다른 영화에 피해를 주며 짧은 기간에 봐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겨울왕국2'의 상영관이 많아 단시간에 관객이 몰리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한국의 대표 영화인 봉준호 감독 역시 스크린 독점 사태를 우려한다며 봉 감독과 주고받았던 문자메시지 내용을 언급했다.
정 감독은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직후 국내 개봉을 앞둔 시기에 봉 감독에게 '상영 스크린의 1/3을 넘기지 않도록 힘써줄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봉 감독이 '제가 배급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죄송합니다만, 50% 이상 안 넘게 노력해보겠습니다. 빨리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해 제도적인 방안이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 영대위)는 "스크린 독과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특정 영화의 배급사와 극장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정책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영화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독과점 영대위는 2016년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문체부 장관)이 발의한 영화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해당 법은 △대기업의 배급-상영 겸업금지 △스크린 독과점 금지 △복합상영관 내 예술·독립영화 전용관 지정 등 전용관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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