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가 지난 12일 출범하자 국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일본에선 내년 상반기, 한국에선 2년 후 디즈니플러스 서비스가 개시될 전망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세계 최대 콘텐츠 기업이 만든 서비스가 국내에 들어오는 만큼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 제휴·독자적 서비스 강화 놓고 고심
국내 기업들은 철저한 대비를 위해 두 가지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하나는 디즈니와 손잡고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이다. 또 다른 하나는 디즈니 공세에 맞서 국내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다.
디즈니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각국 통신사, 제작사 등과 손잡고 있다. 국가별 특성에 맞게 서비스를 하고 작품도 따로 만들어 제작하기 위해서다. 내년 상반기 진출 예정인 일본에서는 NTT도코모와 손잡았다. NTT도코모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일본 최초로 디즈니 콘텐츠를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 통신사 중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디즈니 파트너가 돼 아시아 시장을 함께 공략하기 위해 제휴를 적극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를 운영해왔으며, 지난 9월엔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서비스 ‘푹’을 합한 ‘웨이브’를 선보였다. 디즈니와 제휴를 맺으면 통신사 플랫폼에 디즈니플러스 작품들이 들어오는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 작품을 IPTV로 볼 수 있도록 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스튜디오드래곤 등 국내 제작사들도 디즈니의 제작 파트너가 되기 위해 디즈니 측에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디즈니와의 제휴가 성사되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것은 물론 디즈니플러스에 콘텐츠를 공급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 글로벌 기업에 모두 빼앗겨” 우려도
하지만 국내 시장을 글로벌 기업들에 모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16년 넷플릭스가 진출한 이후 국내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동영상 시장 규모는 2015년 2587억원에서 지난해 5300억원으로 커졌다. 그런데 그 관심이 주로 넷플릭스에 쏠리고 있다. 앱(응용프로그램)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이용자는 200만 명에 달했다. 지난해 2월 40만 명에서 다섯 배로 증가했다.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결제한 금액은 260억원에 이르렀다.
국내 기업들은 디즈니플러스 진출에 앞서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로 힘을 합쳐 몸집을 키우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합쳐 ‘웨이브’를 선보인 데 이어 CJ ENM과 JTBC도 통합 서비스를 선보인다. 두 회사는 내년 초까지 이를 운영할 법인도 세운다. 이 서비스엔 국내 양대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도 작품을 공급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미스터 션샤인’ ‘호텔 델루나’ 등을 만들었고, 제이콘텐트리는 ‘SKY캐슬’ 등을 제작했다.
‘왓챠플레이’를 운영하는 왓챠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으로 많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왓챠는 디즈니를 포함해 HBO, BBC 등 할리우드 상위 6대 배급사와 계약을 체결해 이 제작사들의 작품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선 CJ ENM 등 60여 개 공급사와 계약을 맺었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왓챠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영미권에서 ‘왓챠 글로벌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올해 안으로 일본에서 왓챠플레이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해외 시장을 확대하는 데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준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방송미디어 연구위원은 “디즈니플러스 등 대형 콘텐츠 기업의 진출로 국내 업계의 경쟁 구도와 콘텐츠 공급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시장 확대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중이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가 급증하는 만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IE 포인트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출시되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자. 국내 기업들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경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리해보자. 국내 업체들이 OTT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토론해보자.
김희경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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