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생산과 유통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영화사나 방송국만 동영상을 제작하고 유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개인이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로 간단히 촬영하고 손쉽게 편집한 동영상을 플랫폼을 경유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2006년 10월 구글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에 인수했을 당시 무모한 투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지만, 10여 년 만에 연간 매출 최대 250억달러로 추정되는 핵심사업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도 유튜브는 콘텐츠 시장 격변의 중심이다. 공중파TV, 케이블TV 등 아날로그 미디어의 퇴조를 가속화하면서 난공불락이던 포털의 검색기능까지 잠식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담론과 여론 형성이라는 영향력 확대와 비례해 관련 논란도 커지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자율규제 명목으로 붙이는 ‘노란 딱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광고와 결합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사업 모델 특성상 일종의 자율규제는 필수적이다. 이런 배경에서 2017년 하반기부터 광고에 부적절한 동영상을 식별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중동의 테러집단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선전물에 광고가 수록됐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검토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동영상에는 광고를 부착하지 않아 수익이 떨어지고 영상 추천도 제한해 노출을 최소화하게 된다. 이런 영상은 채널 관리자 화면에서 수익을 의미하는 달러 마크($)가 노란색으로 표시되기에 노란 딱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최근의 논란은 본래 취지와 달리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정치·사회적 내용의 동영상에 붙은 노란 딱지 처분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의문에서 발생했다. 일부 유튜버는 단체를 구성해 특정한 내용의 동영상에 무더기로 붙여지는 편향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시험 삼아 올린 내용 없는 예고편이나 심지어 애국가 가사를 낭독하는 영상에도 노란 딱지가 붙는다고 주장하면서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소스 등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각자의 입장에 대한 사실관계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런 현상은 디지털 시대 기업에서 알고리즘의 중요성 및 플랫폼 사업모델의 기본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산업화 시대 기업의 3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으로 분류했다. 기업은 이 세 가지 유형자산을 최적으로 결합해 제품을 생산하고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기술’ ‘지식’ ‘브랜드’ 등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21세기 디지털 시대 기업의 핵심자산은 무형자산 중에서도 알고리즘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마존, 넷플릭스, 유튜브 등 선도적 디지털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알고리즘이 기반이고, 데이터에 기반해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알고리즘은 제3자에게 공개하긴 어려운 노하우의 영역이다.
하지만 플랫폼 참여자들이 요구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는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이는 플랫폼 사업모델이 건물의 임대주와 세입자 관계처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건물 임대주에 비유되는 플랫폼 운영자는 게임의 법칙을 규정하고 지침을 설정하며 내부적 분쟁을 해결한다. 세입자로 표현되는 플랫폼 참여자는 운영자가 규정한 질서의 범위에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고 확장하며 성과에 대해 보상받는다.
플랫폼 모델 성공의 출발점은 운영자가 설정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질서에 기반한 상호신뢰다. 건물의 임대주와 세입자가 서로 불신하고 갈등해 기본적 관리도 부실하면 모두에게 손해이듯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참여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플랫폼 사업모델은 그 자체로 한계를 지닌다. 이런 측면에서 유튜브의 노란 딱지 논란은 플랫폼 운영자와 참여자 간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질서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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