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까지 단 2회 만을 남겨두고 있는 ‘배가본드’가 첩보 액션이라는 장르적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폭넓은 대중성까지 두루 갖춘 명작의 행보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SBS ‘배가본드(VAGABOND)’ 국내외를 오가며 펼쳐낸 화려한 영상미와 배우들이 몸 바쳐 이뤄낸 고강도 액션씬, 수십차례 탈고를 거쳐 완성한 탄탄한 스토리까지, 초대형 블록버스터물다운 품격을 뽐내며 동시간대 시청률 8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거머쥐었다.
무엇보다 지난 방송에서는 제시카리(문정희)가 차달건(이승기), 고해리(배수지)를 앞에 두고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더니 도리어 제롬(유태오)의 행방을 쫓아달라고 요청하는가하면, 홍순조(문성근)가 입안의 혀가 되기를 마다지 않았던 대통령 정국표(백윤식)를 스스로 배신하는 대반전의 서사를 써내려갔던 터. 이처럼 매 회 쏟아내는 예측불허 반전, 클리셰를 깨부수는 전개 방식 등 속이 꽉 들어 찬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 ‘배가본드’에서 절대로 찾아볼 수 없다는 세 가지 포인트를 짚어봤다.
극중 차달건은 스턴트로 세계를 재패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가진 열혈 스턴트맨 출신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조카를 잃은 후 사건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려 직진하게 된 폭주 기관차 같은 캐릭터다. 고해리 역시 타이틀부터 중압감이 느껴지는 ‘국정원 블랙요원’으로, 수동적이고 보조적인 여성 캐릭터가 아닌 직접 사건 해결에 뛰어들어 목숨 건 사투도 마다하지 않는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이다.
주인공 차달건과 고해리 뿐 아니라 냉철하고 까칠한 국정원 요원 기태웅(신성록)과 희대의 팜므파탈 제시카리, 입신양명에 눈이 먼 대통령 정국표 등 각자가 추구하는 초목표를 향해 망설임 없이 내달리는 사이다 캐릭터들이 보는 이의 속을 뻥 뚫는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는 것. 대형 스케일의 작품인 만큼 상당수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각자의 뚜렷한 서사와 명분을 갖고 입체적으로 행동하는데다, 매력적인 인물들을 한 번 더 얽히고설키게 만들어 갈등을 얽어가고 있다. 작품의 뛰어난 캐릭터 활용 능력이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배가본드’는 ‘엔딩 맛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매 회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방송이 끝나고도 내용을 계속해서 복기, 유력 인물 뿐 아니라 숨은 인물까지 찾아내고 추리하게 만드는, 본격 셜록병 유발 드라마로 사랑받고 있는 것. 잘 나가다가도 끝까지 그 기세를 유지하지 못해 김새게 만드는 용두사미 허무 엔딩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또 한 번 강한 어퍼컷을 날리는 ‘스토리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둔 ‘배가본드’가 마지막까지 뒷심을 발휘해낼 수 있을지 귀추를 주목케 하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 하다가 연애, 현장에서 범인 쫓다가 연애, 법정에서 재판하다가 연애 등, ‘배가본드’는 일은 뒷전인 채 남녀 주인공 러브라인에만 초점을 맞추던 기존 ‘기승전연애’ 공식에서 벗어나, 드라마가 하고자했던 중심 메시지에서 벗어나지 않고 주인공들을 운용하는 뚝심의 전개력으로 사랑받고 있다. 러브라인이 존재하지만, 주인공 차달건과 고해리가 함께 사건을 해결해가며 미운정 고운정을 쌓다 어느덧 서로를 향해 동지애 그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된, 그로 인한 애틋한 썸무드를 조성하고 있는 것.
하지만 뜬금포, 갑툭튀 전개가 아닌 두 사람이 긴 시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드라마의 큰 줄기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스토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에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적절한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는 달건-해리의 러브라인에 도리어 팬들은 ‘한스푼 멜로’, ‘짠내 멜로’ 등의 수식어를 전하며 “러브씬 분량 좀 늘려달라”는 원성 아닌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제작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측은 “야구 중계로 인한 몇 차례 결방이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고정 시청 층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탄탄한 스토리에 특유의 분위기가 잘 버무려진, 작품 자체가 가진 힘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 ‘배가본드’를 아껴주시는 시청자 분들을 끝까지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지원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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