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해 사이로 봉우리들이 솟았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와 구름이 진경산수를 이뤘다. 산세가 낯설지 않은 이 풍경은 사진가이자 산악인 강레아 씨가 설악산 울산바위를 담은 작품이다.
강씨가 찍은 산 사진들 가운데, 맑은 날 찍은 것은 많지 않다. 대개 짙은 구름이나 안개에 싸여 있다. 그런 사진들은 보기엔 편안해도, 아무 때나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산은 궂은 날씨가 물러나는 순간, 감춰뒀던 갖가지 표정을 드러내서다. 특히 운해는 비가 그칠 때쯤 찍을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비 예보에 맞춰 산에 오르기 시작해, 빗줄기를 뚫으며 몇 시간을 걷고 또 기다리길 반복했다.
사진가들은 자신의 인생과 철학이 담긴 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웬만한 절경은 휴대폰으로도 다 잡아낼 수 있는 시대라서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강씨의 ‘산에 들다’ 전에 등장하는 작품들에는 작가가 산과 함께한 지난 20여 년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또한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를 버리고 흑백으로 산악의 본질적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갤러리미술세계 12월 3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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