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이 지난 11일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를 맞아 벌인 '11·11(쌍십일) 쇼핑 축제'에서 한국 상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7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형권 알리바바그룹 한국 총괄대표(사진)는 20일 "올해 11·11 쇼핑 축제 행사에서 한국은 국가별 해외 직구 순위에서 3위를 기록했고 거래액은 지난해 행사보다 73% 성장했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호실적 브랜드들도 늘었다. 올해 티몰(天猫·톈마오) 글로벌에서 판매된 한국 브랜드 수는 총 4076개로 지난해보다 16% 늘었다. 거래액이 100억원을 넘긴 브랜드의 수는 16개로 지난해보다 10개가 증가했다.
중국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한국 제품은 단연코 K뷰티였다. 제품 카테고리(총 거래량 기준) 상위 10개 중 스킨케어 화장품과 색조 화장품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여성복과 가전, 남성복, 영유아 아동복, 영유아 용품, 뷰티 디바이스, 헤어 보습, 핸드폰 등이 뒤를 이었다. 뷰티 디바이스(8위)와 헤어 케어 제품(9위)은 톱10에서 높은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브랜드 기준으로도 화장품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총 거래량 상위 10위 중 9개를 화장품이 차지했다. 2017년 글로벌 화장품 회사 유니레버에 매각된 한국 화장품 브랜드 'A.H.C'가 1위를 차지했다. A.H.C는 티몰 글로벌 해외 직구 상품 전체에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애경', '라네즈', '제이준', 'JM솔루션', '닥터자르트', '메디힐', '파파레서피'가 뒤를 이었다. '정관장'이 9위에 올라 건강식품으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10위는 아모레퍼시픽의 모발관리 브랜드 '려'가 이름을 올렸다.
정 대표는 "아모레퍼시픽과 지난 9월 신제품 개발 및 브랜드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며 "기존 메이저 브랜드와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소비자에게 새로운 한국 브랜드를 소개해야 하는 점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신규 브랜드 흥행 사례로 올해 처음 11·11 쇼핑 축제 행사에 참여한 의류브랜드 '널디'와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유라이크'를 소개했다. 널디의 경우 광군제 당일 판매 시작 6분 만에 거래액이 100만위안(약 2억원)을 돌파했고, 30분 만에 주요 제품이 완판됐다. 유라이크 역시 1시간 만에 매출이 300만위안(약 5억원)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또한 알리바바는 중소기업을 포함해 현재 15개 한국브랜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인 '수퍼노바'를 맺고 있다고 전했다. 중간 판매상을 통한 간접 진출이 아닌 브랜드 판매사업자의 직접 진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중국인 소비자의 니즈(수요)가 변하고 있고, 특히 해외 상품 수요가 크다"며 "알리바바그룹의 전 생태계에 걸쳐 한국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사업들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알리바바는 올해 11·11 쇼핑 축제를 통해 타오바오(淘寶)·티몰·티몰 글로벌·알리 익스프레스·카오라 등 자사 플랫폼에서 총 2684억위안(약 44조6564억원)의 거래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거래액보다 25.7% 증가한 사상 최대치다.
다만 판매액 증가율은 첫 행사인 2009년 이래 역대 최저 수준까지 둔화됐다. 중국 경기 성장세가 점차 사그라든데다 현지 전자 상거래 시장이 성숙기로 돌입하면서 증가율이 꾸준히 떨어진 결과다. 2010년 1772%에 달했던 증가율은 지난해 26.9%까지 밀렸고, 올해도 1%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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