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장이 19일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 정책의 철회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밝혔다.
김영철은 이날 새벽 5시께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참여 등을 거론하며 “조·미(북·미) 사이에 신뢰 구축이 먼저 선행되고 우리의 안전과 발전을 저해하는 온갖 위협들이 깨끗이 제거된 다음에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지하라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북한은 전날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랑거리가 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김영철은 “미국 대통령이 1년도 넘게 자부하며 말끝마다 자랑해온 치적들에 대해 조목조목 해당한 값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와의 차별성으로 미·북 관계 개선을 들고나오는 데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협상 재개를 위해) 신속한 행동에 나서라”며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트윗을 올렸다.
미·북 실무회담의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이날 “미국은 제3국을 내세워 대화에 관심이 있는 듯이 냄새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 대화는 언제 가도 열리기 힘들다”고 언급해 연내 협상 재개에 나서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지난달 초 미·북 실무협상이 열렸던 스웨덴에 대해선 “미국 측이 우리에게 빌붙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스웨덴을 이용해 먹은 것 같다”고 막말했다. 스웨덴 정부를 향해서도 “정세 판단을 바로 하고 앉을 자리, 설 자리를 가려볼 것을 권고한다”고 압박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잇따른 담화에 대해 “지금까지 계속 강조해 온 ‘새로운 셈법’ 주장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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