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의 코스닥 ‘짝사랑’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올해 코스닥 부진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짝사랑의 결과는 매번 ‘배신’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이후 7.11% 올랐지만 코스닥지수는 연초 이후 마이너스(-1.94%)였다. 특히 개인들이 선호하는 코스닥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는 연초 대비 평균 ‘반 토막’이 났다. 주가 하락을 예상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때린 공매도를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준 꼴이다.
개인 코스닥 순매수 사상 최대치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연초 이후 이날까지 코스닥시장에서 6조86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연간 순매수액 기준으로도 코스닥이 개장한 1996년 이래 사상 최대치다. 코스닥 개장 후 개인의 연간 순매수액은 대부분 3조원 이하였다. 가장 많았던 2016년(5조7478억원)에도 올해보다 적었다.
종목별로 보면 ‘대북 테마주’ 아난티가 3618억원어치 순매수로 개인 선호주 1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금강산 관광 사업을 하는데 연초 미·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개인투자자가 대거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 순매수 2위부터 10위까지는 ‘2차 전지주’로 분류되는 에코프로비엠(1798억원)을 제외하면 모두 바이오주다. 셀트리온헬스케어(3123억원), 헬릭스미스(2978억원), 에이치엘비(2926억원), 메지온(2540억원) 등이다.
성과는 좋지 못하다. 이들 10위권 종목 가운데 7개의 주가가 연초 대비 떨어졌다. 이날 아난티는 연초 대비 6600원(35.20%) 하락한 1만2150원에 장을 마쳤다. 신라젠(-74.35%), 메디톡스(-48.77%), 셀트리온헬스케어(-32.01%), 헬릭스미스(-49.78%), 에코프로비엠(-15.06%) 등도 크게 하락했다. 에이치엘비(70.59%), 메지온(76.20%) 등 오른 종목도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외국인·기관과 거꾸로 매매
코스닥지수는 이날 662.53포인트에 마감했다. 연초 675.65포인트에서 약간(-1.94%) 떨어졌다. 올 들어 외국인(6948억원)과 기관(4조428억원)이 대량 순매도한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가 물량을 흡수해 주가를 떠받쳤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가 주가의 하방을 지지했지만 실익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매수 상위권 종목에서 역대급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코스닥 공매도 거래액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과 기관의 코스닥 종목에 대한 공매도 거래대금은 22조5602억원을 기록했다. 공매도 잔액(미상환 물량)은 15일 3조6509억원으로 지난해 말 3조2394억원보다 많다.
외국인, 기관은 개인과 거꾸로 갔다. 한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 담당 직원은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올해 부각된 투자 흐름은 금, 달러, 채권 등 안전자산이었다”며 “최근 주가지수 상승에도 외국인과 기관은 안전자산 선호 기조를 뚜렷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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